[영화 TALK] 등급은 돈… 영화 수익 100억 오가기도

영화에는 '등급 판정의 경제학'이 있다. 관람 등급에 따라 관객 수가 수십만~수백만명씩 차이가 나니 '등급이 곧 돈'이라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744만명을 동원해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된 '써니'를 보자. 이 영화는 당초 청소년관람불가(청불) 판정을 받았다. 배급사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계모, 교사 등에게 욕설하는 장면 등을 들어내고 다시 등급을 신청,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써니의 배급사 CJ E&M 영화사업부 최민수 과장은 "원래 써니의 타깃은 중년층이었기 때문에 300만~400만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는데 10대 관객들 사이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흥행에 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만약 청불을 받았다면 이런 효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화계에선 "등급 조정으로 더 얻은 수입이 100억원은 될 것"이라고 본다.

써니의 경우처럼 많은 영화들이 청불보다는 15세관람가를 선호한다. 청불을 받으면 관람가능 관객 수도 그만큼 줄어들 뿐만 아니라 '너무 선정적이고 폭력성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영화보기를 꺼리는 성인관객들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영화등급위원회 조금환 위원은 "청불 등급을 받은 뒤 15세이상 관람가를 받기 위해 두 번, 세 번씩 영화를 잘라오는 경우까지 있다"며 "특히 가족 관객을 노리는 방학·명절 개봉 영화들이 그렇다"고 했다.

영화사 관계자들은 "청불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장르가 공포영화"라고 한다. 한 제작자는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하는 공포영화는 고등학생을 겨냥해 아이돌그룹 멤버를 출연시킨다"며 "분명한 타깃을 정해놓고 만들었는데 등급 때문에 정작 그 타깃층이 못 보면 난감하다"고 했다.

올여름 개봉했던 '기생령'과 '화이트:저주의 멜로디'가 등급 때문에 울고 웃은 공포영화의 대표적 예다. 화이트는 79만여명, 기생령은 9만여명을 동원했다. 두 영화 모두 걸그룹 '티아라' 멤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완성도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바로 등급. 화이트는 15세 관람가, 기생령은 청불 등급이었다.

영화인들이 청불 만큼이나 피하고 싶어하는 게 전체관람가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0위 안에 전체관람가는 한 편도 없다. "전체관람가는 '자극이 전혀 없는 영화' '애들이나 보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줘 관객들이 지레 흥미를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스타감독 강우석이 만든 '글러브'가 올 초 흥행에 실패했을 때 영화계에선 '전체관람가 판정'을 한 이유로 꼽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