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중 40명 "유산 일부 기부" 15명이 "40%이상 내고 떠날 것"

처음엔 좀 섭섭했다. 2008년 남한봉(72) 유닉스코리아 회장이 마이너스통장에서 1억원을 뽑아 아너소사이어티 1호 회원으로 가입했을 때 아들 진호(38)씨는 "회사가 어려우니 6개월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쓰고 있었거든요. 1억원이면 몇 개월치 관리비인데…. 하지만 아버지는 '죽기 전 평생 소원'이라고 하셨어요. 그뒤 아버지가 기부하고 만족하시는 모습, 주변의 칭송을 보고 '1억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지요."

본지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아너소사이어티(1억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 49명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40명이 "유산을 일부 기부하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81%). "40% 이상 하겠다"는 사람이 그중 15명이나 됐다(30%). 전 재산에 가까운 "80%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답한 사람도 3명이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유산을 기부할 때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게 '자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녀들은 배우자보다 오히려 부모의 기부에 긍정적이었다. 열 명 중 아홉 명꼴로 부모의 기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매우 찬성했다" "약간 찬성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95%). 배우자(86%)보다 오히려 높은 비율이다. 자신들이 상속받을 유산을 줄어들게 만드는 부모의 기부를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녀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더욱 높아졌다. "지금은 자식들 반응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회원 98%가 "긍정적"이라고 했다.

봉사 활동에 대해서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세 명 중 한 명이 "자식들이 오히려 나보다 적극적"이라고 했다(37%). 절반 이상이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58%). 자식이 자신보다 소극적이라는 응답은 소수였다.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과)는 "유산 일부를 기부하고 나머지를 자녀에게 상속하는 문화가 보편적인 미국에선 자녀들이 부모의 기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 동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제 국내에서도 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