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한다 생각하고 발음 더 세게"

지난 19일 저녁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 지하. 남녀노소 40여명이 100석 규모 소극장에 모였다. "오늘은 이탈리아의 민요 'Mamma'(맘마)를 배워볼게요." '1일 강사'인 테너 신동호(56) 중앙대 교수가 무대 위로 올라가 악보를 폈다.

신씨가 말했다. "노래를 잘하려면 욕을 잘해야 해요. 욕은 'ㅅ'과 'ㅈ' 발음이 강하잖아요? 자음을 희미하게 내면 분위기가 제대로 안 삽니다. 자, 따라해보세요! 씨~! 확실하게 씹어주세요." 신 교수의 설명에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신씨와 청강생들이 악보를 보며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는 첫 마디를 못 넘긴다. "'맘마'가 뭐죠? 우리말로 '엄마'예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는데 감정 없이 부르면 정말 밋밋하죠. 이 노래를 사랑했던 파바로티처럼 온 마음을 다해 소리내 보세요, 다시!"

합창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개인 레슨을 받았다. "입술이 붙으면 안 돼요. 입 안 모양을 둥글게, 화날 때 한숨 푹 쉬면 응어리가 풀리죠? 얼굴 전체를 공명통 삼아서 온 근육이 울리듯 소리를 내세요." '학생'들은 녹음기와 카메라까지 동원해 신 교수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매월 첫째 월요일마다 열리는 이 강좌는 신 교수와 의사 이광식(56) 세실내과 원장이 1999년 9월 시작한 '세실성악아카데미'. 올해로 12주년을 맞았다. 신 교수는 푸치니·질리·파바로티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중견 성악가. 이 원장은 가톨릭의대를 나와 한양대 성악과에 편입해 성악을 배웠다. 동갑내기 두 사람은 '순수하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을 공짜로 가르쳐주자'는 데 뜻이 맞았다. 신 교수가 가르치기로 하고, 이 원장은 병원 지하를 세실아트홀로 꾸며 무료로 내줬다. 10대부터 80대까지, 300여명이 이곳을 거쳤다.

창립 때부터 줄곧 참석했다는 성광웅(70·경기도 군포)씨는 "악보도 읽을 줄 모르지만 뒷전에서 보고 따라하는 게 너무 재밌다"면서 "생판 모르는 남과 하나가 되어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외롭지 않아 좋다"고 했다. 신 교수는 "1년이면 변하는 세상에서 12년을 왔으니 나도 여러분도 참 대단하다. 앞으로 12년도 잘 부탁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