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날개도 못 펴보고 눈물바람

올 하반기 야심 차게 주식시장에 데뷔한 새내기 기업들이 8월 이후 몰아친 증시 불안 때문에 쓴맛을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이후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12개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새내기주의 저주'라는 말도 나온다.

공모주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 중 일부는 증시 불안 때문에 더 나은 때를 기다리며 상장을 연기했다.

◆새내기주 눈물바람

지난 7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는 2개 기업, 코스닥시장에는 10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이 중 28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8곳에 달한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인 옵티시스와 제이씨케미칼, 경봉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삼원강재가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 당일 시초가와 비교하면 신규 상장사들의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상장일 시초가 대비 주가가 떨어진 곳이 10개로 주가가 반 토막 난 기업만도 5개나 된다. 신규 상장 기업을 믿고 첫 거래에 매수를 한 사람은 큰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화장품 제조업체 제닉만이 상장일 시초가 대비 주가가 오르며 선전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상장일 시초가 대비 16.5%, 공모가 대비 84.6% 상승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투자전략 팀장은 "요즘 신규 상장사들의 경우 팔려는 물량은 많은데 사겠다는 수요가 없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미 가지고 있는 주식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데 새로 상장한 주식까지 매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상장 예정 기업들 몸 사리기

작년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98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37개사를 포함해 49곳으로 감소했다. 9월에는 코스닥 상장사 피앤이솔루션한 곳뿐이다.

다음 달 대한과학과 로보스타, 테라세미콘, 넥솔론, YG엔터테인먼트등의 기업이 공모 청약을 비롯한 기업공개(IPO)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공모주시장에는 전반적으로 냉기가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은 후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느라 아직 공모 일정을 잡지 않은 기업이 19곳에 달한다. 이 중 GS리테일과 신흥기계등 6개 기업은 연내 IPO를 끝내야 한다.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후 6개월 안에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인데, 이들 기업은 모두 7월 이전에 승인을 받았다.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고도 아예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도 있다. 테크윙은 지난 25일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번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테크윙은 이에 앞서 진행한 기관 수요 예측에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반도체 테스트업체인 테스나와 초정밀커넥터 제조업체인 씨엔플러스도 수요 예측 결과가 저조해 상장을 뒤로 미뤘다. 씨엔플러스는 공모 물량과 몸값을 낮춰 다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씨엔플러스는 공모 예정 주식 수를 100만주에서 80만주로 줄였고 공모가 범위도 1만2000~1만3500원에서 1만~1만1300원으로 낮췄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9월은 보통 IPO 시장의 성수기로 통하는데 최근 증시 상황이 워낙 불안정해 기업들이 상장을 망설이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