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은 일자로 치면 안돼"
입력 : 2011.09.30 03:06
[퍼터 제작의 달인 카메론이 말하는 퍼팅의 진실과 오해]
아크 모양 그리듯 쳐야… 우즈, 카메론의 퍼터들고 메이저대회 14승 올려
11세 때 아버지와 함께 차고에서 퍼터를 만들기 시작해 38년 동안 퍼터만을 고집해온 '명장' 카메론이 한국에 작업실(퍼터 스튜디오)을 차렸다. 미국(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 두 곳) 이외의 나라에 작업실을 만든 건 한국이 처음이다. 경기도 분당에 새로 문을 연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센터 내 '스카티 카메론 서울센터 코리아'에서 28일 만난 그는 "새 작업실에서 처음 하는 인터뷰"라며 들떠 있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나의 골프 비즈니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반 고흐'의 작업실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PGA 투어의 유명 선수들이 직접 찾아와 퍼터 피팅(fitting)을 받는 미국 스튜디오를 똑같이 재현했다. 초고속 카메라 8대가 장착된 그린과 벽에 걸린 수십개의 퍼터, 노란 가죽 소파 두 개가 전부다. 카메론은 "모든 중요한 일은 그린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것은 최대한 생략했다"고 했다.
이곳에는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등 지난 15년 동안 미국 스튜디오를 다녀간 프로 골퍼 수천명의 퍼터 피팅 자료가 축적돼 있다. 카메론은 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퍼트 실력이 탁월한 선수들의 공통점을 뽑아냈다. 임팩트 직후 공이 지면에서 4도 각도(퍼터 페이스의 로프트)로 미세하게 떴다가 착지한 뒤 부드럽게 굴러가는 경우에 공의 거리와 방향 컨트롤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카메론의 스튜디오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퍼트를 할 수 있도록 퍼터를 바꿔주거나 스트로크를 교정해준다.
퍼터 피팅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카메론은 PGA 투어 통산 13승을 올린 데이비드 듀발의 예를 들었다. 카메론은 "1997년 듀발이 나를 처음 찾아왔을 때 그는 '퍼터가 일자를 그리며 직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며 "샤프트가 지면에 수직으로 서 있다면 일자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71도 안팎의 라이각을 이루며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아크(둥근 모양)를 그리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PGA 투어 데뷔 이후 2년 넘게 우승을 못했던 듀발은 이를 배워간 지 3주 만에 첫 승을 올렸다고 한다.
올 시즌 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 붐을 일으킨 애덤 스콧의 롱 퍼터도 카메론의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퍼트 난조로 수년간 고심해온 스콧이 지난 4월 마스터스대회를 앞두고 "롱 퍼터를 시도해보고 싶다"며 찾아온 것이다. 스콧의 고질적인 약점은 퍼터가 좌우로 움직일 때 그립 끝 중심점이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49인치짜리 브룸스틱(빗자루) 퍼터를 사용해 중심점을 가슴에 고정시키자 문제가 해결됐다. 스콧은 이 퍼터를 들고 나가 올해 마스터스 준우승,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차지했다.
카메론은 "롱 퍼터는 '허리 아픈 시니어 골퍼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지만 '꽃미남' 스콧이 사용하면서부터 '쿨하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메론이 제작한 롱 퍼터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0개가 팔렸으나 올해는 8000개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카메론에게 최근 우즈의 부진에 대해 물었다. 우즈는 스탠퍼드대학 시절부터 카메론의 퍼터를 고집하며 PGA 투어를 정복했다. 최근에는 메인 스폰서인 나이키의 퍼터와 카메론의 퍼터를 번갈아 쓰고 있으나 예전 실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카메론은 "퍼터가 바뀌면 스트로크와 셋업도 함께 바뀌는데 여러 개의 퍼터를 쓰면서 흐트러진 것 같다"고 했다. 우즈는 1년에 한 번 이상 스튜디오를 방문했으나 부진에 빠진 이후로는 온 적이 없다고 했다. 카메론은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돕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