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대국 心理

〈제12보〉(151~183)=바둑 최고의 기술은 무엇일까. 우세한 바둑을 안전하게 승리로 이끄는 능력이다. 전투력보다는 형세 판단과 끝내기 능력이 필수다. 반대로 뒤진 쪽은 어떻게든 판을 흔들어 국면을 혼미하게 만드는 솜씨가 요구된다. -박영훈은 전자(前者), 이세돌은 후자의 간판스타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대국심리'다. 당대 최고 마무리 박영훈이 골인지점 눈앞에서 최고 파이터 이세돌에 홀린 듯 '먼 길'로 돌아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참고도를 먼저 보자. 정상적 마무리라면 흑1, 백2 교환 후 5까지 정도인데 6부터 끝내기에 들어가면 공제(控除) 없이도 백이 남는 계가다. 흑151은 그래서 일단 한 번 비틀어본 수. 백이 그냥 '가'로 받았으면 끝난 바둑이었다. 153까지는 그렇다 치고, 154와 155가 교환돼선 어언 반면(盤面)으로 백중해졌다.

162가 백이 노렸던 수. 166까지 꽃놀이패(覇)가 발생했다. 뒤진 상태에서 또 수가 났으니 흑으로선 설상가상이 따로 없다. 하지만 박영훈은 긴장이 풀어진 듯 패(覇)를 통해 오히려 또 손해를 보고 차이도 더욱 좁혀진다. 남은 시간은 흑 30분, 백은 단 2분. (170 176 182…△, 173 179…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