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엔캐리 거래란 무엇이고 어떤 유형이 있나요

엔고 방어 나선 日, 엔캐리 적극 활용 〈조선일보 2011년 9월 5일 B7면〉

2000년대 중반 일본과 미국·유럽의 정책 금리가 벌어졌을 때 엔캐리 트레이드는 크게 위세를 떨친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엔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엔캐리 트레이드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과 엔고 방어를 위해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엔 캐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말미암아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부각되자 국제자본은 대지진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일본의 엔화표시자산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70엔대로 급락하는 등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도한 엔화의 고평가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사고 엔화를 파는 시장개입을 통해 시중의 엔화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중에서는 '엔캐리(Yen carry)거래'가 재현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엔캐리거래란 무엇이고, 어떤 유형이 있으며,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엔캐리거래란 무엇인가요

캐리거래(carry trading)란 한마디로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엔캐리거래는 말 그대로 금리가 0%에 가까운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엔화 이 외의 통화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엔캐리거래가 대규모로 발생하면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엔화 이외의 통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엔화는 약세를 보이게 됩니다.

엔캐리거래는 2000년대 중반 크게 성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준금리를 0.25%의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였던 반면,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물가상승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금리환경 변화에 편승하여 싼값에 엔화를 빌려 세계 각지에 투자하는 엔캐리거래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이에 따라 엔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여 2005년 100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2007년에는 120엔을 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엔캐리거래는 기본적으로 엔화와 외국통화 간의 금리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엔화환율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현재 100엔에서 앞으로 200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오늘 1000엔을 빌려 달러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1000엔(2000엔-1000엔)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즉, 엔화가치의 평가절하(엔·달러 환율 상승)가 예상되면 엔캐리거래는 이득을 보게 되고 그 반대 경우면 엔캐리거래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엔캐리거래는 투자자의 위험선호도(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엔캐리거래는 엔화환율의 변동에 따라 큰 이익을 볼 수도 있고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위험한 투자입니다. 따라서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높으면 엔캐리거래가 증가하고 위험선호도가 낮으면 축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성행하였던 엔캐리거래가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격히 줄어든 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엔캐리거래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나요

엔캐리거래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합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FX 마진거래(외환증거금거래)는 그중 하나입니다. FX 마진거래는 실제로 통화의 교환 없이 일정 금액의 증거금만을 가지고 매매하는 거래입니다. 이 거래는 소액의 증거금만으로 몇 배 크기의 투자를 해서 큰 폭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일본의 가정주부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을 일본에서 흔한 이름을 따서 '와타나베 부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이고 달러매수에 필요한 엔화증거금이 5%이면,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엔화자금은 100엔이 아니라 5엔에 불과합니다. 즉, 투자자는 5엔의 자본금만을 가지고 95엔을 빌려 100엔을 팔고 그에 해당하는 달러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본 대비 자산으로 정의되는 레버리지(차입) 비율은 20배가 됩니다.

일본에 있는 외국계은행 지점과 해외 본점 간의 본지점 거래도 엔캐리거래의 주요 수단입니다. 일본 소재 외국계은행 지점은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본점에 대출을 합니다. 해외 외국계은행 본점은 이 저금리 엔화자금을 직접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거나 헤지펀드와 같은 다른 금융회사 또는 기업에 고금리로 대출함으로써 엔캐리거래를 수행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 금융회사가 엔화자금을 이용하여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엔캐리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일명 김치본드)의 50% 이상을 일본계은행이 매입했고, 우량회사채나 국공채에도 일본계 엔화자금이 많이 투자됐다고 합니다.

향후 엔캐리거래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현재의 글로벌 금융 및 경제상황으로 볼 때 향후 엔캐리거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중반과 같이 크게 확대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엔캐리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보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엔화와 외국통화 금리 간의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등으로 당분간 금리 차가 더 이상 벌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미국은 2013년까지 정책금리를 현재의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국가채무 문제 등에 따른 미 달러화의 신뢰도 하락,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체제 불안 등으로 엔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엔화는 현재의 강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엔화강세 저지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볼 때 일본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셋째, 현재 글로벌 금융환경이나 경제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엔캐리거래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캐리거래의 투자대상이 되는 자산의 가격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캐리자금이 투자대상국으로 유입될 때에는 그 규모가 서서히 증가하지만, 유출은 일시에 대규모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엔캐리거래가 축소될 가능성이 큰 시기에는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위험관리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김치본드와 아리랑본드

김치본드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을 말합니다. 발행 주체는 내국인이 될 수도 있고 외국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리랑본드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원화표시채권입니다. 김치본드나 아리랑본드 모두 국내에서 발행되는 채권이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김치본드는 외화로 표시된 채권이고 내·외국인 구별 없이 발행할 수 있는 반면, 아리랑본드는 원화로 표시된 채권이면서 외국인만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릅니다.

◆퀴즈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을 OOOO라고 합니다.

▲응모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0월 5일(수) 오후 5시 마감, 10월 7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포크 배럴〉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미애 김응철 김인자 남현조 문광언 박경애 박명교 박용성 박희숙 배윤진 서혜경 송동성 오성호 유준호 이성현 이영숙 이정희 이혜자 전상은 정성모 정영길 정현모 최윤정 최윤정 한병란)

금융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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