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함부로 올라타면 큰 코 다쳐요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불과 며칠이나 몇 주 만에 투자금액이 2~3배씩 불어나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연속 상한가 종목에 올라타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대박의 환상을 좇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나서 이 주가를 유지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한가 기대하고 함부로 투자했다가는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여러 번 기록한 종목들의 주가가 대체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조사결과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10일 이상 기록한 종목은 총 87개였다.

하지만 상한가 행진 종목들의 '현재'는 초라하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 일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 10개 중 1년 최고가 대비 현 주가(29일 종가 기준)가 50% 넘게 하락한 종목은 총 7개였다. 매수시점이 잘못됐을 경우 '반토막'이 되는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코스닥은 더 심했다. 상한가 일수가 가장 많았던 10개 종목의 현 주가는 1년 최고가와 비교해 모두 50% 넘게 하락했다. 90% 이상 하락한 종목도 3개나 됐다.

◆급등 이유 따져봐야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며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과는 관계없는 단기 재료나 수급상의 이유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올해 상한가 횟수가 가장 많았던 성지건설의 경우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성지건설은 올해 총 30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주가가 급등한 후 다시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성지건설은 지난 8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8월 12일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고 다음 날에도 주가가 7.06% 내렸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성지건설의 주가는 1년 최고가(6월 24일 기록) 대비 70% 가까이 내려간 상태다.

문제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인 에코페트로시스템과 태양광 기업인 선팩테크는 지난 3월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나서도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에코페트로시스템의 경우 지난 4월 7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94원이던 주가가 215원까지 솟구쳤다. 이 회사는 올 들어서만 상한가를 무려 20일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22원(29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24일 기록했던 1년 최고가(1400원)보다 99%가량 떨어진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에코페트로시스템과 선팩테크에 대해 상장 폐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최근 반기 재무제표의 감사결과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 주가 괜찮더라도 잘 살펴야

상한가 행진 후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내렸다고 해도 함부로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동원수산의 경우 지난 3월 불거졌던 창업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2주 동안 30% 넘게 올랐다. 웰스브릿지 역시 현 경영진과 새롭게 대주주로 부상한 리딩에이치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두고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이들 기업은 올 들어 상한가를 각각 15일, 13일 기록했고, 주가는 1년 최고가 대비 각각 34.18%, 7.95% 하락하며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