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요즘 똑똑한 개미들은 4시부터 뒷북 주문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PB팀장은 요즘 오후 4시부터 큰손 고객들로부터 주문 전화를 받느라 바빠집니다. 통상 정규 주식시장은 오후 3시면 끝이 나지만,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시간외거래를 이용하는 고객들입니다.

큰손들이 주식시장 폐장 후 한 시간이나 지난 오후 4시부터 부랴부랴 '뒷북 주문'을 내는 이유는 왜일까요?

바로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4시에 열리는 유럽 증시에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주식시장 결과가 다음 날 국내 주식시장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게 되자, 유럽 증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다 다음 날을 기다리지 않고 당일 시간외거래로 주문을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 증시가 폭락하면 서둘러 한국 주식을 처분해 탈출하고, 반대로 유럽 증시가 오름세를 타면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 변수 때문에 크게 요동치면서 등장하게 된 새로운 투자 트렌드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6~7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시간외 거래량은 90만주(160억원) 안팎이었지만, 8월 170만주(258억원), 9월 150만주(243억원)로 늘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선 일평균 시간외 거래량이 6~7월만 해도 150만주(50억원) 정도에서 움직였는데, 8월 들어 230만주(79억원)를 기록하더니 이달엔 321만주(101억원)로 급증했습니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유럽 증시 흐름을 좇아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유럽을 지켜보면서 매매 전략을 세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시간외거래 시장에서 종목별 등락이 극심해진 만큼 잘 활용하면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김병수 우리투자증권 대리는 "시간외거래는 실시간으로 거래가 되지 않는 데다 거래량도 많지 않아서 반드시 주문이 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가격 등락폭도 5%로 제한돼 있어서 큰 수익을 얻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