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불발된 魔法

〈제14보〉(208~240)='시간 공격'은 이세돌의 능기 중 하나다. 막판 초읽기 속 상대를 추궁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재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유·불리와 상관 없이 추상같이 몰아친다. 지금도 시간에 여유가 있는 그가 초에 몰린 박영훈보다 더 빨리 두고 있다. 이런 면은 이창호에겐 없다. 아무튼 백은 그 와중에 손해팻감 2개를 범하며 턱밑까지 쫓기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 마법'을 완성하기엔 판이 너무 좁혀진 상태였다. 217은 불가피한 후퇴. 참고1도 1로 잡고 싶지만 A~C의 팻감을 흑이 견디지 못한다. 230도 보기보다 짭짤한 곳. 참고2도 4~9가 선수 3집 내기여서 230은 역끝내기 3집에 해당한다.

237 한 칸 뜀은 이런 형태에서의 요령. 이 바둑은 마지막 공배를 메우고 282수까지 이어진 끝에 이세돌이 돌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도 몇 차례 함정이 있었지만 240수 이후는 줄이기로 한다. 계가를 했다면 흑이 반면(盤面)으로 2집 정도 앞서는 형세란 결론. (212 218 224…?V, 215 221 227…209,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