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 펀드 대부분 손실… 원금 깨서 돈 준다

◆브라질 국채는 아직까지 선방

연 8~9%대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올해 8000억원 이상 팔린 브라질국채의 경우 아직까지 큰 손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월지급액이 약간 줄었지만 최근 브라질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가격이 올라 원금 보유액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5000억원대 브라질국채를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초 1억원의 브라질국채신탁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현재 매달 70만원대의 이자를 받고 있다.

하수광 미래에셋증권 과장은 "올 들어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 하락하면서 결과적으로 5% 정도 손실(환차손)이 생겼다"며 "1억원 가입 기준으로 월지급액이 75만원에서 70만원 선으로 줄었지만 보유 중인 채권 평가금액은 가입 당시보다 5% 정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헤알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브라질 경제가 성장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상승해 환차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퇴세대를 위한 '제2의 월급'이라는 이름으로 올 초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으면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8월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대부분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지급식 상품은 매달 지급액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그 금액을 원금에서 떼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수익률 회복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금융시장 요동쳐 채권형도 부진

작년 말부터 팔린 월지급식 펀드 규모는 7500억원. 이 중 33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인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형)'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4%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채권형인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하이일드채권' 펀드와 '삼성스마트플랜실버K' 펀드도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3%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 6개월간 1~2%대 수익률로 원금을 유지하고 있는 상품은 '아이메자닌II(채권혼합)' '동양월지급식국공채공모주(채권혼합)' '삼성스마트플랜실버대표주(채권혼합)' 펀드다.

채권형 펀드의 부진은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홍융기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이나 환차손에 노출된 채권형펀드의 경우 글로벌 신용경색이 왔을 때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주식)'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22%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투자라이프플랜월지급식' 펀드와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 펀드는 마이너스 6~7% 수익률을 기록했다.

◆손실액 크면 월지급액 줄이거나 '일시 도피' 고려해야

힘들게 모은 목돈을 굴려 이자로 월급 주는 효자상품인 줄 알았는데 원금까지 갉아먹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원금 손실액이 크지 않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입을 유지하면서 월지급액을 일시적으로 줄여 원금을 빨리 회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월지급식 상품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가입한 만큼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낮다고 해지할 필요는 없다"며 "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원금이 계속 깎이면 원금 회복이 더딜 수 있으니까 월지급 수익금 분배율을 조금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주식형 펀드처럼 원금 손실액이 너무 크고 향후 증시 전망도 어둡게 본다면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차원에서 채권형으로 갈아타거나 펀드를 해지해 현금을 확보해두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원금 손실이 클수록 원금을 회복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진다"며 "본인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이라면 주식을 손절매하듯이 펀드를 환매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자금 여유가 더 있다면 반대로 돈을 추가로 납입해 물타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