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내로 사는 게 행복해서 기부"

"제2의 강영우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내기로 했어요. 장애는 불행이 아니에요. 오히려 행복의 기회가 될 수 있죠. 장애 학생들의 아픔을 나누고 극복하도록 돕고 싶어요."

앞을 볼 수 없는 어려움을 딛고 백악관 국가장애위 정책차관보까지 지낸 강영우(67) 박사의 부인 석은옥(69)씨가 4일 자서전 '해피 라이프(행복한 인생)'의 인세와 개인연금 등을 모은 1000만원을 연세대에 장애학생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009년 모교 숙명여대에 100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남편 모교에 장학금을 냈다. 강 박사는 현재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이다.

"시각 장애인의 아내로 산다는 게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전 평범하게 행복했어요."

부부는 "책 제목이 '해피 라이프'인 것은 우리의 삶이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박사는 "다른 사람들은 약점으로 여기는 장애 덕에 아내를 만났고, 지금의 내가 있게 됐으니 장애는 내게 축복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1961년 서울 걸스카우트 본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봉사하던 숙대 영문과 1학년생과 두살 연하의 시각 장애 소년으로 만났다. 강 박사는 중학교 때 축구하다가 공에 맞아 시력을 잃었다. 석씨는 영어 교사의 꿈을 접고 시각 장애인 교육에 뛰어들었고, 1972년 결혼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석씨는 인디애나주 개리시 교육청 교사로 근무하다가 2004년 은퇴 후 시각 장애 학생 20여명에게 5만달러를 장학금으로 전하기도 했다.

석씨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인생이라는 자서전을 썼으니 행복의 비결을 말씀드릴게요. 행복은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불행이 닥쳤을 때 좌절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