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前 헌재소장, 한국법률문화상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73) 변호사가 대한변협(회장 신영무)이 주는 올해의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는 1960년 대구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뒤 서울가정법원장, 대법관을 거쳤다.

변협은 "사법제도 발전과 사법정의 구현, 인권 옹호,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이 전혀 없고, 평생 재판만 했지 변호사 단체에도 특별히 기여한 것이 없는데 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는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헌재 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법관의 상징적 인물이다. 평생 딱딱한 법리 속에 살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후배들에게 "몇 달만 지나도 세상이 바뀌는데 '법쟁이'들은 대법원 판례의 틀 안에서 끙끙거린다"면서 "항상 국민 입장에서 재판하고 기본에 충실한 판결을 하라"고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 시절 가장 보람있는 사건으로 과외교습 전면금지에 대한 위헌 결정을 꼽았다. 입시는 물론 교육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된 결정이다. 또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사전검열제도에 대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신장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가장 골치 아팠던 사건으로는 1년 반 고심 끝에 합헌 결정을 내린 '5·18 사건'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