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공동 課題

〈총보〉(1~240)=최근 3년 연속 중국에 LG배를 내 준 한국으로선 올해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세돌·박영훈쯤 되면 최소 4강까지는 함께 진격해 한국의 우승 탈환을 이끌어야 할 인물들인데, 하필 둘이 첫판서 마주친 것부터가 비극의 출발이었다. 이세돌은 "내가 탈락해야 한국이 우승할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투지를 불살랐지만 말이 씨가 됐는지 1회전서 무너졌다.

이세돌의 점괘(?)대로라면 박영훈이 이겨 올라가줘야 하는데 그마저 불발됐다. 이틀 뒤 치른 16강전서 중국 셰허(謝赫)에 져 더 이상의 진격이 불가능해진 것. 박영훈은 셰허와의 역대전적서 3승 무패를 기록해온 터여서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둘 모두 내년엔 올해 부진을 꼭 만회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시종 스릴이 넘쳤던 이 바둑은 박영훈의 강점이 잘 발휘된 일국. 형세판단과 승부처에서의 타개능력이 특히 돋보였다. 다만 120은 참고도 1로 달아났으면 쉽게 이겼을 것이다. 끝까지 잡으러 오면 17까지의 역습이 있다. (170 176 182 188 194 200 206 212 218 224…6, 173 179 185 191 197 203 209 215 221 227…167, 232…41, 282수 끝 백 불계승, 240수 이하 줄임, 소비시간 백 3시간 4분, 흑 2시간 4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