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컸거나 자사주 매입… 폭락장 블루칩

인기 많은 공룡펀드, 몸이 무거워 움직임이 느린가. 최근 증시가 예상치 못한 정책변수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대형펀드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운용설정액 5000억원 이상의 35개 펀드는 최근 3개월 마이너스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 등락률(-15.5%)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운용 설정액이 1조원 이상인 펀드가 지금의 배로 있어 1조원 이상이 돼야 대형펀드로 구분됐지만, 펀드 환매가 이어진 후 이제는 5000억원만 넘어도 운용 규모가 어느 정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펀드 수익률은 덩치가 큰 펀드일수록 안 좋았다. 운용설정액이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인 펀드가 -15%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 등락률(-15.5%)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때, 운용설정액이 1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인 펀드와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인 펀드는 각각 15.7%, 16.2%의 성과를 냈다.

공룡펀드들의 경우 연이은 롤러코스터 장에서 재빨리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바꾸는 게 어렵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삼성증권 김태훈 애널리스트는 "최근 급등락 장에서 대형펀드는 얼마나 유연성 있게 펀드 자금을 내수주·현금으로 이동시켰느냐에 따라 성과가 40~50% 엇갈렸다"며 "중·소형 펀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펀드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좋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답이 없다'면서도, 100억원 미만의 펀드의 경우 자산을 배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A운용사 임원은 "일부 운용사들은 펀드를 출시한 후 인기를 끌지 못하면 비슷한 운용철학을 지닌 새로운 펀드를 이름만 바꿔 내놓는다"며 "이 경우 규모가 작은 펀드는 회사 내에서도 중요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100억원 이상의 펀드에 가입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