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란에도 웃는 '블랙스완 펀드'

유럽 악재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낙심하고 있지만 반대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 해외에서는 꼬리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한번 발생했다 하면 헤어나기 어려운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 자금이 이른바 '블랙스완 펀드'에 쏠리면서 해당 투자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블랙스완 펀드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블랙스완의 출현)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펀드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주가 등 자산가격이 폭락하기 마련이므로 블랙스완 펀드는 폭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다. 주로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블랙스완 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주로 영미계 자산운용사들이다. JP모건 통계를 보면 전(前) 도이치은행 트레이더가 설립한 사바(Saba) 캐피털매니지먼트(자산 5억달러 규모)는 8월과 9월 각각 15%, 12%의 수익을 기록했다.

베스트셀러인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고문을 맡으면서 유명해진 유니버사(Universa)는 9월 중 5% 수익을 냈고 연초 대비로는 25% 수준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투자사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자산이 6600만달러에 불과한 36사우스(36 South)는 연초 대비 100% 가까이 수익을 냈고 지난 두 달 동안에만 30%를 벌었다. 8800만달러 자산의 소규모 투자사 베네롱(Bennelong)도 두 달간 33%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무턱대고 블랙스완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자산운용사 파인리버(Pine River) 고문을 맡고 있는 아온 리어리는 "블랙스완 펀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더욱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