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장세… 기업들, 자금 조달 꼬이네

국내 증시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기업들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상장 기업이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는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증자 실패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아예 증자 일정을 연기하거나 증자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량 부담이 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인수권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회사채이다.

BW의 소유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더 내려가기 전에 신주를 받아 시장에 되팔아야 조금이라도 차익을 더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신주인수권 행사가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 동안 11.9% 폭락했던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BW 행사 건수는 유상증자 실시 건수 대비 9배에 달했다. 9월에도 BW 행사 건수가 유상증자 건수의 4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에 돈을 넣기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하자는 심리가 더욱 강했다.

◆증자 규모 줄이고 마감 시한 늘리고

유가증권 상장사인 애경유화는 지난달 28일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고자 했던 신규 조달 운영자금 규모를 기존의 133억3200만원에서 26억2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새로 발행되는 보통주 1주의 가격도 2만4600원에서 2만900원으로 낮춰 잡았다.

동양은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는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539억3754만원 규모의 기타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었다가 이를 295억7868만원 규모로 대폭 수정했다. 보통주의 신주 발행가액 역시 주당 1260원에서 894원으로 정정했다.

코스피지수가 꾸준히 하락했던 8월과 9월 유가증권 상장 기업 중에서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총 13곳이었다. 반면 기존에 실시하기로 했던 증자 내용을 정정한 곳은 14곳이었다. 14곳 중 10곳은 자금 조달 규모와 신주의 발행가액을 축소하거나 증자 일정을 연기한 기업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8월과 9월에 각각 23개 기업과 21개 기업이 유상증자 실시 발표를 했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 관련 사항에 대해 정정 공시를 발표한 기업은 7곳과 15곳으로 나타났다.

◆BW 상환 줄이어… 기업엔 물량 부담으로

코스닥 업체인 3S는 지난달 2일 12억3340만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당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액은 주당 978원. 같은 날 3S의 주가는 10일째 상승하며 8200원까지 상승한 상태였다. 신주인수권 보유자는 앉은 자리에서 738.4%라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반면 3S의 주가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4%에 달하는 신주가 새로 상장될 것이라는 소식에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이틀간 10.1% 하락했다.

같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원마이크로도 지난달 22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주당 799원과 642원에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고 밝혔다. 22일과 26일 에이원마이크로의 종가는 1400원과 1390원으로 행사가액의 175.2%에서 216.5%에 달했다. 하지만 에이원마이크로의 주가는 28일 이후로 5일 연속 급락하며 48.4% 폭락했다.

지난 8월과 9월 두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생한 신주인수권 행사 건수는 각각 54건과 28건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100건과 47건의 신주인수권 행사가 이루어졌다.

국내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BW는 주가 상승시에도 신주인수권 행사가 되지만 주가 하락시에도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행사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자금 조달 차질과 더불어 물량 부담으로 인한 주가 약세라는 두 가지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