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앞바다 적신 납북자가족 위령제

"갈매기가 되어 날아가서 뵙고 싶습니다. 46년 세월을 기다려 왔는데 왜 못 오시나요."(아들 장호 올림)

"언젠가 꼭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보고 싶은 내 동생."(누나 김양자)

납북자가족모임이 중양절(음력 9월 9일)인 5일 연평도 앞바다에서 납북자들의 귀환을 기원하고 혹시나 숨졌을지 모를 납북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가졌다. 부모와 남편, 동생을 잃은 여섯 가족, 9명의 목소리엔 슬픔이 배어 있었다. 중양절은 기일(忌日)을 모르는 이들의 제사를 지내는 날.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납북자들을 그리워하는 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쯤 5t짜리 낚싯배에 몸을 싣고 연평도를 떠나 북녘땅이 눈앞에 보이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김용철씨,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렸구려. 너무 보고 싶어요" 1972년12월 홍어잡이에 나섰다가 연평도 해상에서 납북된 남편을 애타게 부르던 강경순(81)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머리는 백발이 됐지만, 마음은 더 애틋해진 듯했다.

강씨와 같이 오대양호 납북사건으로 남편 박두남(당시 39세)씨를 잃은 옥철순(80)씨는 "이 바다에서 일하다가 잡혀갔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석양이 지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이라는 노래를 나지막이 불렀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59) 대표는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납북자 517명 가운데 대부분은 어민"이라며 "이곳 서해에서 가장 많은 분이 납북됐기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선상 위령제를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