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연이 쏟아진다… 35t 물 폭탄이 쏟아진다

가을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찾아볼 만한 풍성한 공연이 마련됐다. 경기 고양에서 펼쳐지는 호수예술축제와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소개한다.

◆35t 물폭탄으로 타이타닉 침몰 재현

7~9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과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2011 고양호수예술축제'. 올해 3회째를 맞는 축제에선 국내외 64개 공연 단체가 고양시 일대에서 185회의 거리 공연을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폐막작인 독일 극단 타이타닉의 야외극 '타이타닉(Titanic)'.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침몰사건이 고양 호수공원에서 실감 나게 재연된다. 타이타닉호가 만들어져 침몰하기까지 과정을 70분간의 극으로 꾸몄다.

작품의 주인공은 물. 매회마다 엄청난 물 폭탄을 쏟아부으며 대형 야외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호숫가에 설치된 길이 25m, 높이 12m 규모의 배 안에서 극이 펼쳐진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마치 거대한 조선소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쇠망치 소리, 톱니바퀴가 긁어대는 날카로운 기계음, 하늘로 솟구치는 수많은 파이프와 고무관…. 화염이 사방으로 튀면서 하늘을 붉게 수놓고, 화부(火夫) 한 명이 엔진 페달을 힘차게 돌리면서 '20세기의 전설' 타이타닉호가 마술처럼 되살아난다.

극단 타이타닉의 예술감독 우베 쾰러는 "초반 10분 동안 배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중반은 항해, 마지막은 침몰을 그렸다"며 "타이타닉호에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인생사, 즉 출생과 삶·죽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극 후반의 7~8분 동안 호수에서 퍼온 35t 규모의 물이 쏟아지면서 타이타닉 호의 침몰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7~9일 오후 8시 호수공원 주제광장. 무료 공연. (031)909-9000

'작품' 자체가 사람처럼 활보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의 현대무용단 브라이언 브룩스 무빙 컴퍼니의 '마라톤'은 초록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과 인근 거리를 활보하며 매일 10곳의 다른 장소에서 예측불허의 공연을 선보인다. 프랑스 극단 오들라의 '공중에서'는 두 명의 무용수가 7m 높이 나무 위에서 펼치는 버티컬 댄스. 호주 극단 '본 인 어 택시'(Born in a Taxi)의 '고래이야기'는 죽어가는 고래를 배우와 관객이 힘을 합쳐 살려낸다는 이야기다.

프린지 공연도 놓치지 말자. 자유참가작 형태로 58개 단체 349명의 거리극 예술인들이 참여해 마임·무용·연극·인형극·뮤지컬·전통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모두 무료. (031)909-9000

◆대학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 대학로에선 연극·무용·복합장르 등 모든 공연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제11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10월 말까지 열린다. 독일, 프랑스, 호주 등 8개국 37개의 해외 초청작이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작품인 '프레스: 밀실 속 한 남자'(29~3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가로 3m, 세로 2.5m 작은 방에 갇힌 한 남자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무용극이다. 호주의 '녹턴'은 무용과 신체극, 서커스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무용. 안무가 야론 리프쉬츠가 상업예술로 치부되던 서커스에 예술적 감성을 접목시켜 인간의 몸으로 쓰는 아름다운 서정시를 만들었다.

주목할 만한 국내 작품도 많다. 198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삼각관계에 빠진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연극 '토스카 인 서울'(극단 춘추·20~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여행지에서 만나는 자신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연극 '예기치 않은'(극단 놀땅·21~2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등이 눈길을 끈다. (02)3668-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