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오늘은 골퍼 아닌 선생님"

낡은 빌라가 골목마다 빽빽한 서울 용두동의 2층 건물. '희망만들기 방과후교실'이라는 노란 간판이 달린 이곳에서 6일 낮 2시쯤 초등학생 20여명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기다리던 손님이 오는 날이다.

약속했던 오후 3시가 되자 까만 승용차에서 까만 남자가 내렸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최고의 골퍼 최경주다. TV에서만 보던 '최경주 아저씨'가 들어서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왜 얼굴이 그렇게 까매요?" "왜 별명이 탱크예요?" 질문이 쏟아졌다.

오는 20일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골프대회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는 그가 이날 CJ도너스캠프가 후원하는 아동센터를 찾았다. 최경주는 2007년 '최경주재단' 설립 이후 어려운 청소년들을 후원해왔다.

최경주는 쏟아지는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다. "얼굴이 원래는 하?I는데 밖에 나가 햇빛을 받으며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이렇게 까매졌어. 까만 얼굴도 멋있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어. 영어도 못했어.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도 앞만 보고 돌진하는 아저씨를 보고 누군가 '탱크'라는 별명을 붙여준 거야."

최경주는 "미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늘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최경주는 "아이들에게 도전을 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나에게 도전이 됐다"며 "내가 골프를 통해 이룬 것들과 나의 시간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가 꿈이라는 한 소녀는 "아저씨가 경기하는 멋진 모습을 실제로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최경주는 20일 대회에 아이들을 초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