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제일교회의 역사가 바로 한국의 근대사"

"정동교회는 한국의 '종가교회(宗家敎會)'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 처음 개신교의 역사를 열었고, 3·1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의 현장이었으며, 출발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며 한국의 근대화와 건국 과정도 함께했습니다."

서울 중구 정동 정동제일교회가 설립 126주년을 맞아 '정동제일교회 125년사'를 펴냈다. 통사(通史)와 인물·조직사, 관련 자료 등 3권에 총 2000쪽 분량으로, 단일 교회가 펴낸 것으로는 보기 드문 역작이다. 송기성(61·사진) 담임목사는 7일 교회에서 집필위원장 가재환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장로), 책임 집필자 오영교 교수(연세대 사학과·권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동제일교회는 헨리 아펜젤러(1858~1902) 감리교 선교사가 세운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다. 아펜젤러는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장로교 선교사와 함께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시작한 인물이다.

가재환 변호사는 "정동교회는 배재와 이화학당을 통한 인재 양성이 시작된 곳이며, 개종한 유학자들에게 신학 교육을 해 기독교 토착화의 길을 열었고, 최초의 주일학교, 여선교회, 해외 선교가 시작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영교 교수는 "이번에 125년사를 펴내면서 3·1운동과 민족운동에 대한 정동교회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했다.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정동교회 이필주 담임목사 등 2인이 민족 대표 33인으로 참여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번 125년사 발간을 통해 3·1운동 이틀 전 학생 대표들이 이필주 목사 사택에 모여 거사 당일 만세 운동을 조직한 일, 또 벧엘 예배당 파이프오르간 뒤편에서 청년들이 '독립신문'을 인쇄해 배포한 사실 등도 확인했다. 정동교회는 특히 사회주의자들의 반(反)기독교 선전에 맞서 우파 기독교 민족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신흥우, 조병옥 등 인사들이 활동한 주무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