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비서, 美로 재망명 원했지만 DJ 정부가 막아"

"어른은 '김대중 정부로는 도저히 남북관계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재망명을 시도했으나 당국에 의해 무산됐습니다."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인 김숙향<사진>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는 7일 본지 인터뷰에서 "어른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간 사실상 갇혀 살았다. 대학생 등 젊은 층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가 1997년 탈북했을 때부터 지난해 별세할 때까지 13년 동안 고인의 곁을 지켜온 김씨는 황 전 비서를 '어른'이라 불렀다. 오는 10일 황 전 비서 1주기 추모행사를 준비 중인 김씨는 고인의 북한 민주화에 대한 열정을 회고했다.

"어른께서는 북한을 떠나올 땐 하루빨리 북한을 민주화시켜 인민을 살리려 했으나, 김대중 정부가 김정일에게 자꾸만 퍼주려고 했기 때문에 실망이 컸지요."

김씨는 "당시 김대중 정부와 달리,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인권과 민주화에 대해 어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주변 탈북자들도 재망명을 권했고, 미국도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당시 어른의 신변을 보호하던 관계당국에 그의 망명계획이 알려지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망명계획이 발각된 이후 정부당국은 '순수학술 분야만 몰두하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김씨는 "어른은 북한체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국내 보수층 일각의 권유로 임시정부 수립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며 "나중에 임시정부가 불발되더라도 탈북자들을 계몽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했다.

그는 "어른은 북한 문제를 6자 회담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를 위해 생전에 일본의 정치인, 여러 언론과 많은 접촉을 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정책조언을 했다"고 했다. 또 "어른의 그런 노력으로 결국 조총련이 와해됐고 일본의 대북정책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