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전은 여성 교육 덕분" "아프리카도 그 힘 배우고 싶다"
입력 : 2011.10.08 03:02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국제 콘퍼런스 /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디야 세네갈 문화여성부 장관 대담
은디야 장관 "한국이 모델" - 세네갈도 女大 건립 추진 등 국가예산 40% 교육에 투자… 조혼 인한 학교 중퇴 큰 문제
한영실 총장 "유치원, 인상적" - 가서 보니 시설은 낙후됐지만 배려·양보 품성교육 힘쏟아… 컴퓨터 등 지원 약속 지킬 것
두 사람은 자매처럼 반가워했다. 아시아·아프리카 국제 콘퍼런스를 주최한 숙명여대 한영실(54) 총장과 손님으로 온 아와 은디야(55) 세네갈 문화여성생활부 장관. 총장실에서 마주 앉은 둘의 재회는 1년여 만이다. 2010년 여름 한 총장이 세네갈의 와드 대통령 초청으로 방문했을 때 은디야 장관을 따라 지방의 생 루이 대학 여성 콘퍼런스에 참석했었다. 이날 행사도 그때 '의기투합'의 결실이다.
세네갈은 인구 1165만명에, 아프리카 52개국 중 GDP 기준 21위(2008년)인 중위권 국가. 소르본대 불문학 박사인 은디야 장관은 교육문화 수석에 이어 문화여성생활부 장관을 맡고 있다.
▲한 총장(이하 한)="이번 행사는 숙대가 아프리카 여성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와드 대통령의 당부에서 시작됐다. 제일 먼저 초청하고 싶었다."
▲은디야 장관(이하 은디야)="교수 출신인 와드 대통령은 여성 교육에 관심이 많다. 여성의 잠재력에 대한 비전을 중심으로 우리 대통령과 한 총장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대통령은 숙대를 포함한 한국 여성을 아프리카 여성의 모델로 삼고 싶어한다. 세네갈도 지금 여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세네갈에 갔을 때 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가 늘 오빠 밥 해줘야 한다며 일찍 집에 들어갔다. 오빠 잡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동반 진학했던 거다. 세네갈의 현지 통역 남학생이 엄마가 세 명에 17명 형제 중 여덟째인데 딸들은 중·고등학교도 못 갔다고 하더라.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나다 보면 나무 그늘에서 남자는 망고 먹으며 노는데, 여자는 살림하고 밭에서 일하느라 바쁘다고 하더라. 대한민국이 이만큼 올라온 것은 여성 교육 덕분이라 생각한다. 우리 학교 모토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다. 그 힘을 끌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라고 믿는다."
▲은디야="전적으로 동감이다. 와드 대통령은 취임 후 예산의 40%를 교육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청소년이 학교에 안 가거나 중도 포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딸을 학교에 보내는 걸 아주 싫어한다. 물을 긷거나 요리, 밭일에 동원한다. 더 큰 장애는 조기임신, 조혼이다. 입학 후에도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하는 게 과제다. 남교사들이 학생들 임신시키고 결혼해 아이들이 희생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학교 불신이 높아 보내질 않는다."
세네갈은 인구 1165만명에, 아프리카 52개국 중 GDP 기준 21위(2008년)인 중위권 국가. 소르본대 불문학 박사인 은디야 장관은 교육문화 수석에 이어 문화여성생활부 장관을 맡고 있다.
▲한 총장(이하 한)="이번 행사는 숙대가 아프리카 여성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와드 대통령의 당부에서 시작됐다. 제일 먼저 초청하고 싶었다."
▲은디야 장관(이하 은디야)="교수 출신인 와드 대통령은 여성 교육에 관심이 많다. 여성의 잠재력에 대한 비전을 중심으로 우리 대통령과 한 총장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대통령은 숙대를 포함한 한국 여성을 아프리카 여성의 모델로 삼고 싶어한다. 세네갈도 지금 여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세네갈에 갔을 때 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가 늘 오빠 밥 해줘야 한다며 일찍 집에 들어갔다. 오빠 잡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동반 진학했던 거다. 세네갈의 현지 통역 남학생이 엄마가 세 명에 17명 형제 중 여덟째인데 딸들은 중·고등학교도 못 갔다고 하더라.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나다 보면 나무 그늘에서 남자는 망고 먹으며 노는데, 여자는 살림하고 밭에서 일하느라 바쁘다고 하더라. 대한민국이 이만큼 올라온 것은 여성 교육 덕분이라 생각한다. 우리 학교 모토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다. 그 힘을 끌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라고 믿는다."
▲은디야="전적으로 동감이다. 와드 대통령은 취임 후 예산의 40%를 교육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청소년이 학교에 안 가거나 중도 포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딸을 학교에 보내는 걸 아주 싫어한다. 물을 긷거나 요리, 밭일에 동원한다. 더 큰 장애는 조기임신, 조혼이다. 입학 후에도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하는 게 과제다. 남교사들이 학생들 임신시키고 결혼해 아이들이 희생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학교 불신이 높아 보내질 않는다."
▲한="세네갈에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유치원에 꼭 가보라며 일정을 잡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대학 교육이 아무리 좋아도 어릴 때 교육부터 제대로 안 시키면 바로잡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시설은 낙후됐지만 배려와 양보, 협동 같은 품성을 강조하는 그곳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컴퓨터가 2대밖에 없어 줄을 오래 서야 한다' '크레파스의 좋아하는 색은 다 써버려 원치 않는 색만 남았다'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우리 학교 노후 컴퓨터를 5년마다 교체할 때 물려주고 크레파스도 좋아하는 색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은디야="미취학 아동을 위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의 오두막집(The Hut of Toddlers)'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조기 공동 교육을 통해 빈부 대물림이나 성차별이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또 하나는 어릴 적부터 아프리카의 가치와 문화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컴퓨터와 크레파스는 각각 '세상을 향한 개방'과 '그림을 통한 전통문화와 정체성 함양'을 상징한다."
▲한="좋은 시작도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시아·아프리카, 유엔의 여성 관련 정책결정권자나 전문가들이 대거 결집했다는 사실이다. 차세대 꿈나무들도 왔다. 오늘 천즈리 중국 상무위 부위원장도 함께 있는 오찬장에서 회의를 이어가는 데 합의했다."
▲은디야="와드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한국과 많은 교류가 있지만 여성 교류 행사는 이번이 유일하다. 오늘 캄보디아와 필리핀 대표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서로에 대한 지식과 교류가 너무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올림픽처럼 4년도 좋지만 2년마다 모이면 좋겠다.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협력 관계를 키워나가자. 함께 느끼면 함께 갈 수 있다. 뜻이 같으면 함께 바꿀 수 있다. 앞으로도 같이 가자."
▲은디야="미취학 아동을 위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의 오두막집(The Hut of Toddlers)'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조기 공동 교육을 통해 빈부 대물림이나 성차별이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또 하나는 어릴 적부터 아프리카의 가치와 문화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컴퓨터와 크레파스는 각각 '세상을 향한 개방'과 '그림을 통한 전통문화와 정체성 함양'을 상징한다."
▲한="좋은 시작도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시아·아프리카, 유엔의 여성 관련 정책결정권자나 전문가들이 대거 결집했다는 사실이다. 차세대 꿈나무들도 왔다. 오늘 천즈리 중국 상무위 부위원장도 함께 있는 오찬장에서 회의를 이어가는 데 합의했다."
▲은디야="와드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한국과 많은 교류가 있지만 여성 교류 행사는 이번이 유일하다. 오늘 캄보디아와 필리핀 대표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서로에 대한 지식과 교류가 너무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올림픽처럼 4년도 좋지만 2년마다 모이면 좋겠다.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협력 관계를 키워나가자. 함께 느끼면 함께 갈 수 있다. 뜻이 같으면 함께 바꿀 수 있다. 앞으로도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