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 다할때까지 어머니들 찍고 싶어" 여든세 살 윤주영 前 장관의 열정

"이제는 사진 찍고 전시하는 일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근대화의 주춧돌이 된 '어머니'들을 찍는 작업은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에요."

윤주영(83) 전 문화공보부 장관이 오는 14일부터 12월 18일까지 강원도 영월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연다. '동강사진마을' 선포 10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주제는 '영월 사람들'과 '한국의 어머니'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앙대 교수, 조선일보 편집국장, 칠레 대사, 문화공보부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79년부터 30여년은 주로 사진을 찍었다. 이번으로 전시회가 32번째이고 사진집도 20권이나 냈다.

윤 전 장관은 10년 전 영월이 '사진마을'로 선포되는 산파역을 했다. 인구 7000명에 불과한 일본의 '사진마을'에 다녀온 뒤 잡지에 그 얘기를 기고하자 김진선 당시 강원지사로부터 "강원에 그런 마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영월에선 매년 사진축제가 열렸고, 사진박물관도 지었다.

사진 '영월 사람들'에는 일제강점기·한국전쟁·탄광촌에 이르는 우리 100년 역사가 실렸고 내일을 향한 꿈도 담겼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모습을 압축하고 싶었다고 한다. 모두 흑백 인물사진이다. 그는 줄기차게 흑백사진을 찍었다. 그는 "인간 그 자체와 그들의 생활에서 얻어지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메시지를 통해 인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과 사람의 마음까지 표현하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단조롭지만 메시지를 단순화시켜주는 흑백이 강한 인상을 남기거든요."

'우리 어머니'에서는 그가 발표했던 130점에 새로 30점을 추가했다. "어머니들이 희생해 자식들을 교육한 덕에 오늘 우리가 이만큼 사는 거잖아요. 그 희생에 보답하고 싶어 계속해온 작업입니다."

그는 1979년 영국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중진 작가들이 격려해 사진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후 수십년 사진에 몰두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다가 1990년 일본의 3대 사진상인 '이나노부오상'을 받았다. 네팔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집에 사는 이들을 찍은 것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사진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이후 사할린 동포, 베트남에 남겨진 한국인의 아내와 자식들, 미혼모 등 사회성 강한 작품들을 찍었다.

그의 이력은 다채롭다. 그런데 사진작가의 삶이 제일 재밌다고 한다. 거짓 없고 기록으로서도 생명력 있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