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6·25전쟁 기념비를 세우려고 10년이나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꿈이 실현되기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인 참전 용사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도심에서 6·25 참전 미주리 지역 장병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가 제막됐다. 지난해 심장질환으로 79년 생을 마감한 제임스 슐츠씨가 "6·25가 '잊힌 전쟁'이 돼선 안 된다"며 뛰어다닌 노력의 결과다. 아버지 대신 참석한 큰딸 데보라와 차남 제임스 주니어가 퇴역 장병 및 한인 교포 등 400여명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꿈이 이뤄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슐츠씨는 스무살 때 해병대원으로 6·25전쟁에 파병돼 인천상륙작전 등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다. 귀향한 뒤에도 전쟁의 참혹상을 잊지 못하던 그는 10여년 전 한국전 기념비를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슐츠씨는 참전 용사들은 물론 주정부와 기업, 독지가 등을 찾아다니며 기념비 설립을 위한 기부를 당부했다. 고령임에도 거의 매일 쉼없이 뛰는 그의 노력은 지역 화제가 됐다. 이에 감동한 캔자스시티 시 당국이 부지와 10만달러를 지원했고, 여러 다른 단체도 총 27만달러를 냈다. 설계와 설치작업을 원가로 해주겠다는 업체도 속속 나타났다. 캔자스시 측은 "6·25전쟁 때 희생된 미국인 중 900명 이상이 미주리 출신이고, 그 가운데 100명 이상이 캔자스시티 태생"이라며 "사실은 시청이 나서 해야 할 일을 슐츠씨가 해준 셈"이라며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