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남긴 가장 고귀한 가르침

"교수님은 병상으로 찾아온 100번째 제자의 졸업을 기뻐하시면서 '100명이 힘을 모아 나라를 위해 뭔가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먼저 떠난 스승의 뜻을 기려 제자 100명이 힘을 모아 장학 사업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61세로 별세한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김영진<사진> 교수 밑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은 이들이다. 장학금 이름은 '김 교수와 100명의 모임'이란 의미에서 'Y.J. 김 센추리클럽(Y.J. Kim Century Club)'이라 지었다.

다섯 번째 제자인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는 "교수님은 평소 은퇴하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못다 이룬 뜻을 우리가 잇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내년 김 교수님의 1주기까지 장학금 3억원 정도를 모금해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뜻을 전해 들은 김 교수의 어머니와 동료 교수들도 장학 기금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김 교수의 첫 제자는 78학번, 100번째 제자는 04학번이다. 26년이나 차이 나지만 정례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미국 대학 교수인 한 제자는 스승의 부고를 받고 먼 길을 달려오기도 했다.

1985년 성대에 부임한 김 교수는 원자력발전 안전성 평가 전문가로 정부 원자력안전 전문위원과 한국압력기기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교내에선 연구처장·교무처장·부총장을 지냈다. 최 교수는 "여러 힘든 보직을 맡으면서도 제자들을 가르치고 챙기는 일에 늘 적극적이셨다"며 "연구 센터도 여러 개 유치해 우리가 받은 도움이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2년 전 간암 발병 뒤 외부 활동을 다 접으면서도 한 학기 3과목 수업만은 거르지 않고 진행했다.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졸업장을 받은 이정민(27)씨가 그의 마지막이자 100번째 제자가 됐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병상으로 찾아온 이씨의 졸업을 축하하며 "여러분이 힘을 합쳐 뜻깊은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첫 장학금은 김 교수의 1주기에 맞춰 내년 가을부터 지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