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찾아갑니다" 産銀 다이렉트 뱅킹 인기몰이

서울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지난주 산업은행이 출시한 다이렉트 뱅킹(KDBdirect)에 가입했다. 산은 홈페이지에서 가입 신청을 마치자 이튿날 산은 직원이 찾아왔다. 직원은 스캐너로 뜬 박씨의 신분증을 노트북에 저장하면서 실명 확인을 마쳤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박씨가 다시 산은 홈페이지에서 비밀번호를 등록하고 이체 한도를 지정하면 계좌 개설이 완료된다.

다이렉트뱅킹은 무인 점포 온라인 뱅킹을 뜻한다. 고객이 점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은행 직원이 고객을 방문하는 역발상 상품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산은이 처음 시도했다.

고객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이후 10일 오전까지 1530명이 신청했다. 당초 산은은 하루 60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고객들 반응이 훨씬 좋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객 방문을 전담하는 고졸 직원 10명을 채용했지만 신청이 급증하는 바람에 10일부터는 일반 점포의 행원들까지 동원됐다. 강만수 산은 회장은 "신청자가 폭주하면 나라도 (고객 방문에) 나서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다이렉트 뱅킹은 해외에서는 HSBC가 처음 선보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고객의 30%가 새로운 고객을 추천할 정도였다. 마케팅 석학으로 꼽히는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장 클로드 라레슈(Larreche) 교수는 다이렉트 뱅킹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이 은행에 갖고 있는 불만을 개선해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찾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열악한 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은행에 가는 걸 꺼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점 없는 '직통' 은행을 만들어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산은이 다이렉트 뱅킹을 선보인 이유는 지점 숫자가 적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점 늘리기가 쉽지 않자 아예 '점포 없는 은행'으로 승부하겠다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산은 지점은 현재 59개이고 개인 고객이 13만명이다. 1146개 지점에 고객 2570만명을 확보한 국민은행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다.

국내에는 지난 2007년 2월 HSBC가 다이렉트 뱅킹 상품을 선보였지만, 유럽에서와 달리 판매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HSBC 한국 지점은 "다이렉트 뱅킹 실적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은이 다이렉트 뱅킹 전용 상품으로 내놓은 '하이 정기예금'은 수시 입출금식 계좌로는 파격적인 연리 3.5%를 제공한다.

☞ 다이렉트 뱅킹

은행이 지점망 없이 인터넷이나 콜센터만으로 고객을 상대하며 예금 가입, 송금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지점망을 운영하지 않아 절약되는 경비 절감분을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으로 되돌려준다. 일반적으로 다이렉트 뱅킹의 예금 상품이 일반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더 높고 서비스 수수료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