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의 수익률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중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도 누그러져 증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증시에서 은행과 부동산 업체들의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급락하는 등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394개 중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31.6%에 달했다. 중국펀드 중에서도 특히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홍콩 H주펀드)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홍콩 H주 펀드 수익률은 최근 3개월간 마이너스 29.9%로,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13.6%)보다 손실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지난 석 달간 상하이 증시는 15% 정도 떨어졌지만 홍콩 증시는 20% 넘게 떨어지면서 더 크게 주저앉은 게 주된 원인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는 중국 본토와 달리 외국계 자금의 유출입이 자유롭다"면서 "유럽발 재정위기로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대거 팔았고,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감으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크게 내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중국증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유나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중국 물가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면서 " 당분간 중국 정부가 긴축 기조를 완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내년에 중국의 지도부가 바뀌는데 그때까지는 이렇다 할 호재용 정책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며 "현재 주가가 많이 싸 보일 수 있지만 당분간 주가가 옆으로 게걸음질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급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장기적인 성장성을 기대하면서 중국에 투자한다면 홍콩H주 펀드보다는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본토펀드가 더 유망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본토펀드는 외국인 투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외의존도와 경기민감도가 낮아 글로벌 자금 흐름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