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의 요새, 남한산성을 만나다

'남한산성' 하면 흔히 병자호란의 치욕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통일신라 이래 한강 유역과 수도를 방어해오면서 단 한 번도 함락당한 적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임금이 자주 들러 머무는 행궁(行宮)을 비롯해 군영과 관청, 장터가 산성 안에 있었고, 4000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는 조선 최대의 산악 군사·행정 도시였다. 조선 중기 문신인 계곡(谿谷) 장유(張維·1587~1638)가 '남한성기(南漢城記)'에서 "대저 남한산은 가운데가 평평한 반면 밖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등 그 에워싼 형세가 치밀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웅혼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찬탄했을 정도로 천혜의 지형도 뛰어났다.

경기도박물관(관장 조유전)이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단장 전종덕)과 공동 기획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 '사람, 역사, 문화가 살아 있는 산성도시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이 품고 있는 긴 역사와 문화, 그 속에서 함께했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행궁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대형 기와를 비롯해 남한산성 역사와 관련된 인물들의 초상화와 그림, 지도와 전적(典籍) 등 138건 230여점의 유물과 관련 사진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 끄는 유물은 행궁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의 기와. 지난 2007년 행궁 복원을 위해 발굴조사를 했더니, 통일신라시대 대형 건물터에서 초대형 기와 수백장이 켜켜이 쌓인 채 발굴됐다. 기와 1장의 최대 길이가 무려 64㎝, 무게는 19㎏에 달한다.

17세기 후반에 그려진 남한산성도(영남대박물관 소장)는 산성의 성곽과 주요 건축물, 도로망을 표시한 채색지도다. 성곽 중에서는 옹성과 대문을, 산성 내부에서는 행궁을 강조해 표현해서 중요 지점임을 나타냈다. 병자호란 당시 수어사로 산성 수비를 담당했던 이시백(李時白·1581~1660) 초상화 등을 통해 남한산성 내에 삶의 뿌리를 내렸던 사람들의 흔적도 조명한다. 효종 때 북벌을 주도했던 이완(李浣)이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투구와 깃대도 출품됐다.

조유전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남한산성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031) 288-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