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숲을 못 봤다

〈제4보〉(44~56)=이야마는 지난여름 한·중·일 고수 초청전서 이세돌, 구리(古力)를 꺾고 우승한 데 이어 후지쓰배서도 3위를 차지했다. 추락을 거듭하던 일본 바둑계로선 모처럼 맞은 경사여서 자존심을 크게 회복했다는 후문. 이야마 본인은 그 '비결'을 일부 일본 타이틀전의 '제한 시간 단축 효과'에서 찾았다. 수십 년간 세계 바둑의 메카로 통했던 일본은 지나친 주인 의식 속에서 국제 흐름에 눈감아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흑이 ▲로 단수 친 장면. 이어주지 않고 일단 요소를 차지한 뒤 패맛을 노린 44는 당연했다. 45로 일단 때렸을 때 46 젖힘도 예정된 수순. 여기서 47의 단수가 방향 착오였다. 54에 두어 중앙을 제압하는 것이 절대라는 것. 백이 △로 때려내겠지만 흑은 49 등으로 패를 계속한다. 요컨대 초점은 중원(中原)이었다.

같은 뜻으로 51(패 때림)도 의문수. 참고도 1이 시급했다. 9까지, 하변 패를 양보하고 대신 우하귀를 챙기는 교환이 실전보다는 나았다(6…△). 53으로 하변을 빵때림한 대가치고는 백52가 너무 요처였다는 뜻. 54로는 55에 뛸 수도 있지만 좋다고 보고 두텁게 둔 것. 흑은 나무에만 집착해 숲을 보지 못한 채 한발 밀렸다. (48…△, 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