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금융 상품 봇물… 내 몸에 맞는 것 골라야

"이 상품과 저 상품 중에 어느 게 더 좋을까?"

금융상품 홍수시대에 투자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느 상품을 골라야 본인에게 더 유리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간판(상품명)이나 서비스(투자목표)가 엇비슷한 '닮은꼴' 금융상품을 접하게 되면 선택에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금융회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 상황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처음 출시한 신상품이 인기를 끌면 후속탄을 연이어 내놓기도 하고,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상품 유형을 세밀하게 나누기도 한다. '닮은꼴 상품'은 속내용을 뜯어보면 차별화된 점들이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가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월급통장:잔액 따라 이자도 출렁

요즘 직장인들의 1순위 가입 상품은 단연 월급통장이다. 급여이체만 걸어두면 높은 이자와 수수료 면제 등 푸짐한 혜택을 챙길 수 있어서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월급통장 시리즈'로 여러 상품을 출시해놨다. 한 금융회사마다 월급통장 두세 개는 기본. 월급통장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소비자가 본인 몸에 맞게 잘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SC제일은행의 월급통장으로는 두드림통장, 두드림2U통장, 직장인통장이 있다. 최고 금리만 따지자면 직장인통장이 연 4.5%로 가장 높지만, 월 100만원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통장 잔액이 많지 않은 직장인에게 적합하다. 쌈짓돈을 3~6개월 정도 고금리로 굴리고 싶다면 예치기간 31~180일 사이에 연 4.1%가 적용되는 두드림2U통장을 선택하면 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W-CMA통장도 닮은꼴 상품인데, 예금자 보호가 되는 예수금형 W-CMA 통장은 연 3.1%가 적용되고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MMW형 통장은 연 3.3%다.

◆해외펀드:환헤지에 울고 웃는다

최근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환(換)헤지형과 환노출형 등 두 가지 스타일을 구비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론 해외펀드는 환헤지형이 주류를 이루고 설정액도 훨씬 크지만, 환율에 베팅해서 수익을 챙기고 싶어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변수는 최종 펀드 수익률에 큰 격차를 가져올 수도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에 가입하면서 100% 환헤지를 했을 때와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의 3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4.9%와 6.9%로 크게 차이 났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노출형 해외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들이 최근 원화 가치 약세 덕분에 상당한 차익을 얻은 것이다.

환노출형 해외펀드는 개인 투자자라면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건국 제로인 과장은 "새로 가입할 때는 환헤지형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연금:소득공제 여부가 판가름

'연금저축보험, 일반연금보험, 즉시연금보험, 변액연금보험….'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연금에 가입하려고 할 때 대다수 소비자들은 엇비슷한 상품명에 당황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연금에 가입할 땐 '소득공제' 여부를 축으로 해서 구분해보라고 조언한다. 즉 소득공제 혜택은 연금저축보험에만 적용되고, 나머지 연금보험들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 대신 나머지 연금보험들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은 챙길 수 있다.

이승철 삼성생명 차장은 "소득이 빠듯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는 연금저축보험으로 소득공제 한도인 1년 400만원을 채우고,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다면 비과세형 연금보험에 추가 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