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특종 전설의 여기자 100세 맞아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을 특종 보도해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린 전설적 여성 종군기자가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10일 홍콩 외신기자클럽에서 영국 언론인 클레어 홀링워스가 150여명의 동료 기자의 축하를 받으며 100번째 생일파티를 열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소설보다 흥미진진했던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짧은 영화가 상영됐다.

홀링워스는 1939년 8월 폴란드에 머물던 중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로부터 현지 특파원 제의를 받고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첫 주에 외교관 차를 빌려 타고 독일 국경을 넘어갔다 오다가 국경 부근에 수십 대의 독일군 탱크가 집결한 것을 목격해 신문사에 보고했다. 사흘 뒤인 1939년 9월 1일, 실제로 독일군은 장갑차를 이끌고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었다. 그날 새벽 독일군 전투기와 탱크 소리에 잠을 깬 그가 바르샤바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 소식을 알렸지만 대사관 직원이 믿으려 하지 않아 수화기를 창밖에 대고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려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2차대전 당시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과 아프리카 북부 곳곳을 누볐다. 이후로도 알제리, 베트남, 중동,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1946년 예루살렘 근무 때는 유대인 테러리스트의 폭탄 테러로 91명이나 사망한 현장에서 불과 27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루마니아에 갔을 때는 집에 보안군이 체포하러 온 것을 직감하고 "목욕 중이라 옷 벗고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위기를 모면했다. 1973년 중국 특파원으로 부임했고 1981년부터는 홍콩에서 살고 있다.

그는 요즘도 여권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이제 시력도 좋지 않고 거동도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든 현장으로 향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홀링워스는 8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시계를 되돌려 국제부 데스크로부터 해외 파견을 요청받게 되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먼저 신문을 훑어보고 '어디가 가장 위험한 곳인가'를 물을 것 같다. 위험한 곳엔 언제나 좋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