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쇠망치 一擊

〈제5보〉(57~70)=이창호의 무관(無冠) 탈출은 과연 언제쯤 이뤄질까.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6년 넘게 메이저급 세계제패가 중단된 상태다. 금년 초 국수 타이틀벨트를 풀고선 국내서 마저 8개월째 야인(野人)으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명인전 등에서 황소처럼 뚜벅뚜벅 진군 중이다. 통산 우승 138회, 국제대회 최연소 우승(16세 6개월), 최다 우승(21개)의 명장면들이 데자뷔처럼 재현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백이 △로 밀고 들어갔을 때 놓인 57이 또한 완착이었다. 중앙 흑세를 살리기 위해선 참고1도 1이 요처였다는 것. 4까지 우상귀를 내주더라도 5의 침투로 상쇄된다. 57은 선수(先手)로 귀의 약점을 보강하겠다는 뜻이었지만 58로 슬쩍 비켜나니 얘기가 달라졌다. 흑은 어떻게든 중앙을 틀어막아야 할 입장인데 62의 2단 젖힘이 또 강수였다. 62로 참고2도는 중앙이 시커메져 백이 못 견딘다.

63, 65는 내친걸음이지만 66 한 방이 쇠망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69까지 손익을 비교하면 흑 쪽의 타격이 훨씬 크다. 70이 논란을 부른 한 수. 검토실의 '강경파'들은 70으로 '가'에 끊어가지 못한 나약함(?)을 목청 높여 성토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