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기된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60%라니…"

"초등학생이 해도 이거보단 잘 했을 것이오! 5년간 찾지도 못하게 하더니 마이너스 60%가 말이 됩니까?"

"그렇게 비싼 값에 주식을 왕창 사들이고 우리를 물먹이다니…, 사기꾼이랑 다를 게 뭐요!"

"다들 사표 내야 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요?"

12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펀드(한국월드와이드 베트남혼합증권펀드2호) 수익자총회 현장. 30대 직장인부터 70대 은퇴자까지 30여명의 투자자가 이곳을 찾아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 2006년 11월 30일, 5928명으로부터 1242억원을 모집한 이 상품은 5년 만기가 다가온 10일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58.5%로 추락한 상태다.

이날 설명에 나선 한투운용의 서정두 글로벌운용본부장과 배승권 호찌민사무소 팀장은 연방 "송구스럽다, 수익률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수익자총회에서 이 펀드는 투자자 83%의 찬성(서면답변 포함)으로 운용수수료 없이 만기를 5년 연장하는 대신 원하면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상품으로 전환됐다. 퇴직금 1억원을 베트남 펀드에 쏟아부었다는 강모(74)씨는 "400%대 수익 날 거라는 얘기가 나올 때도 있었는데 앞날이 캄캄하다"며 "조금이라도 더 회복되길 바라면서 환매 안 하고 기다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4조원 규모 증시에 한국 돈 1조원

2006년은 국내에서 해외 펀드 열풍이 일면서 '미개척지'를 찾아나서던 때였다. 베트남도 그중 하나였고,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한국에서만 1조원이 모였다. 베트남 증시의 시가총액이 4조원대에 불과했던 때였다.

2006년 말 630대였던 베트남 호찌민 거래소 지수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2007년 초 1200대까지 오르는 등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비상장주식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 운용사들이 상한가에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2007년 말 고꾸라지기 시작해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며 200대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베트남 화폐인 동화 가치가 30% 이상 절하되면서 베트남 펀드들의 손실 폭이 더 커졌다. 현재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은 35조원대로 늘어났고, 베트남 지수는 41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이지만 애초 손실금이 워낙 커 원금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베트남펀드, 가망 있나?

이날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베트남 펀드를 계속 보유했을 때 과연 원금 회복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배승권 호찌민 사무소 팀장은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지금 베트남 증시는 저점이라고 본다"며 "당장 몇 개월 내에 원금 회복은 힘들겠지만, 빨리 식고 빨리 뜨거워지는 베트남 증시의 성격상 기회가 한 번 더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수 중심의 베트남 경제는 세계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물가 상승세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정부의 긴축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내년에는 부양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두 한투운용 본부장은 "지금이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게 좋겠냐"는 한 투자자의 질문에 "베트남이라는 한 나라에 투자금의 50% 이상을 쏠림 투자하고 있다면 10% 정도로 투자비중을 낮출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가 앞으로도 큰 빛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여전하다. 연 18~20%대의 물가 상승률과 100조원대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도 100억달러(한국은 3000억달러)에 불과해 지속적인 환율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베트남 증시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증시의 3%, 삼성전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외환거래나 주식 실시간 체결 등 금융거래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과거 1960년대의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터를 잡고 씨를 뿌리는 단계라서 수확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