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興亡의 역사

〈제6보〉(70~83)=16세기 초부터 일본 초일류 기사들은 국록(國祿)을 받으며 바둑을 두었다. 국가 공무원인 동시에 최초의 프로이기도 했다. 막부(幕府) 권력자들은 고수들을 궐 내로 초청해 어성기(御城棋)라는 바둑파티를 열었다. 400년에 걸친 이런 전통은 일본 바둑이 20세기 막판까지 '종주국'으로 행세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 기세는 90년대 중반부터 꺾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세계 3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거대한 문화가 최단기간에 무너진 가장 극적인 사례다.

70은 '이창호다운 '조심성 넘친 수. 그러나 역시 참고도 1의 절단이 더 강력했다. 5까지는 일단 외길이며 이후 15까지가 예상되는데 실전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다. 혹시 이 수순 중 6으로 7쪽에서 몰아가는 수를 두려워했을까. 하지만 흑도 약점이 많아 백은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71이 불가피할 때 72의 반상 최대처를 점령해 백의 절대 우세가 확립됐다. 흑도 이제 시비를 걸 곳이라곤 73뿐이다. 74로는 75자리 씌움이 맥점으로 돼 있지만 지금은 74, 76이 더 유력했다. 77은 20분의 대장고를 거친 승부수. 73 한 점을 버려선 못 견딘다고 판단한 것. 중원에서 어지러운 전투가 확산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