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82차 월악산)
입력 : 2011.10.13 13:31
<100대 명산-82차 월악산>
햇살속에서 산이 중첩돼 아스라이 펼쳐지는 모습을 '산 그리메'라 한다.
충북 지방은 강원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산 그리메의 고장이다. 그런 곳에서 북쪽으로는 충주호를 바라보고 있고, 남쪽으로는 속리산과 소백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줄기에서 뻗어져 나와 오롯이 자리잡은 산이 바로 월악산이다. 달이 정상 위에 걸린다고 하여 '월(月)'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운치가 남다르다. 그런데 한국의 5대 악산이라고 한다. 떠나기 전부터 은근히 다리가 팍팍해진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는 82번째 산행지로 지난 주말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는 월악산을 찾았다.
산행 들머리인 충북 제천의 한수면 송계리로 가는 길은 충주호를 에둘러서 가야했다.
자연이 스스로 빚어낸 곳은 아니지만, 내륙 지방에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많은 큰 호수는 익어가는 가을 정취에 운치를 더한다.
송계리는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이 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몇 백가구만이 월악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낮에 나온 달이 월악산의 정상인 영봉 위에 살짝 올려져 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듯하다.
다음날 덕주야영장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덕주계곡의 물이 참 맑다. 수경대, 학소대를 거쳐 덕주산성의 동문을 지나자 덕주사가 나온다. 입구에 '동양의 알프스, 월악산 영봉'이라는 돌비석이 서 있다. 그러자 산행 참가자인 김영서씨가 "월악산이 더 유명해지면 '서양의 월악산, 알프스'라는 표기도 나올텐데"라며 웃는다.
북쪽 지방은 '만산홍엽'이 시작됐는데, 초입부의 나뭇잎은 여전히 푸르르다. 조금 더 올라가자 마애불이 나타났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과 딸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전설이 어린 곳. 나라를 잃고 국권회복을 위해 애썼던 두 남매의 애절함이 담긴 듯 바위에 새겨진 불상의 표정은 굳어있다.
여기서부터는 그 악명높은 계단이 시작된다. 참가자들의 말수는 줄어들고 대신 숨소리만 거칠어진다. 산행을 이끄는 이치상씨가 "계단을 오르다 뒤를 자주 돌아보세요"라고 알려준다. 과연 등 뒤로 만수봉과 포암산이 산 그리메를 형성하고 있고, 멀리로는 백두대간의 줄기가 아련히 보인다.
동네에 있는 산을 제외하곤 지리산만 다녀왔다는 이경희씨는 "노력한만큼 보여주는 바로 산행의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다"며 처음 찾은 월악산의 매력을 눈에 차곡차곡 담았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960m 고지를 지나 억새가 피어있는 헬기장에 다다르자 영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이로만 150m의 직벽. 거대한 바위가 산 가운데 불쑥 ??아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역시 바로 올라가는 길은 없고 북쪽 지역에 놓인 계단을 타야 한다. 그런데 영봉을 빙 돌아 정상쪽으로 접근하자 갑자기 산의 색깔이 달라졌다. 울긋불긋하게 단풍이 들어있는 것. 산에는 계절이 공존한다고 하는 말이 실감났다.
30여분을 더 올라가서야 드디어 정상인 영봉에 도착. 바람은 세찬데, 사방으로 거칠 것이 없다. 아들인 손승민씨의 살을 빼기 위해 함께 신청했다는 최인자씨는 고생스럽게 정상까지 오른 손씨의 등을 두드리며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계삼거리를 지나 동창교로 내려가는 하산길. 내내 돌계단이 이어져 힘겹다. 악산은 역시 악산. 막판에 산행대장인 이치상씨가 말벌에 쏘이고 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만치 않았던 산, 월악산을 다녀오려면 이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할 듯 하다.월악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월악산 산행에는 지역민이자 충북산악연맹 정동벽 회장이 함께 했다. 정 회장은 '충북 100대 명산'이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나눠줘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정 회장은 "그만큼 충북 지역에 산이 많다는 뜻"이라며 "이번에는 정상을 오르지만 다음에 월악산 옆에 있는 다른 산을 가서 월악산을 바라보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악산은?>
1984년 1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제천시, 충주시, 단양군, 문경시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북쪽으로는 충주호가 있고 동쪽으로는 단양8경과 소백산이 자리잡고 있다. 주봉인 영봉의 높이는 1097m로,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해서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의 5대 악산(嶽山) 가운데 하나이다.
<산행 참가자>
최인자 손승민 진대영 고희자 김덕기 강경태 길현우 차동현 정정남 박건서 방의양 박수윤 김경아 황미자 김해원 강현경 김정해 김호혁 김남희 방명옥 김강용 전희경 전유미 이경희 김영서 김명신 최대석 정준기 배영희 권오성 이대범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11월 12~13일 억새로 유명한 강원 정선의 민둥산(1117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민둥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