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모기 안 보이더니, 가을 모기 기승

회사원 김모(43·서울 서초동)씨는 여름에도 쓰지 않던 모기장을 최근 다시 꺼냈다. 밤마다 모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어서다.

일부 도시 거주자들이 가을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뒤늦게 모기약과 모기장 구입도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7∼8월 모기약과 모기장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6%, 1.0% 감소했지만, 9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모기약 매출은 전년 대비 9.4%, 모기장 매출은 56.5%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적으로는 모기가 평년(2006∼2010년 평균)에 비해 60% 줄었지만,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의 경우 따뜻하고 습한 정화조·배수관을 중심으로 여전히 모기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도심을 중심으로 모기약·모기장 수요가 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박찬 질병매개곤충과장은 "유난히 폭우가 잦았던 올여름, 웅덩이에 사는 모기 유충 '장구벌레'가 대거 빗물에 쓸려나가 전체적인 모기 숫자는 감소했다"면서 "그러나 올해의 경우 여름에는 모기가 드물다가 가을에 접어들면서 나타나자 심리적으로 유난히 모기가 많다고 느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모기들은 10월 중순이면 월동에 들어가지만, 도심에서는 따뜻한 아파트 지하·정화조·하수구 등에 알을 낳으면서 사실상 연중 활동하고 있다.

모기는 한 번 교배하면 암컷이 수컷의 정자를 자신의 몸속에 보관하고 있다가 언제든 환경이 좋을 때 체내 수정시켜 알을 낳는다. 따뜻하고 습한 공간만 있으면 월동 대신 번식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도심의 암컷 모기는 수정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가을에도 계속 사람을 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