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검은 황금을 찾아라… 新석탄시대 개막

석탄가격 급등은 전력 생산 원료라는 석탄 고유의 역할이 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 중국·인도와 같은 아시아 신흥국은 매년 10% 가까운 성장을 거듭하며 전력난도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에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원전 건설도 잠정 중단됐다. 신재생에너지가 이를 대체하기에는 경제성이 문제다. 신흥국들은 전력난 해결을 위해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 발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탄의 변신

석탄은 에너지 생산효율이 낮은 데다 화석연료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아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몰렸다. 하지만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과 석탄화학 등 환경오염을 줄이는 석탄 기술이 발달하면서 석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워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만든다. 하지만 IGCC는 석탄을 가스로 만들어 전기를 만드는 데 생산효율은 10% 정도 높고, 환경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는 35%, 황화합물은 99%까지 줄어든다. 이렇다 보니 국내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10일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합성천연가스(SNG)' 플랜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SNG사업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포스코의 광양 SNG 플랜트 착공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석탄에서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뽑아 내는 석탄화학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서부발전은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석탄재에서 리튬과 같은 희귀금속을 뽑아내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LG경제연구원 홍정기 수석연구위원은 "석탄을 석유화학제품으로 전환하거나 천연가스·합성석유 등 석유계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화학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은 금맥을 찾아라"

석탄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종합상사들은 석탄 광산 개발에 적극적이다. LG상사는 198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호주 엔샴(Ensham) 탄광 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중국·캐나다 등에서 석탄을 생산 중이다. 올 초에는 4명이던 개발팀을 10명으로 늘렸다. 2008년 투자한 중국 네이멍구의 '완투고 석탄광산'이 이달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가면서 수익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도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석탄사업부를 인수해 석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캐낸 석탄을 사들여 공급하는 트레이딩사업을 위주로 해왔으나 최근엔 직접 유연탄 광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원용진 연구원은 "석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석탄 광구 가치도 함께 상승해 국내 종합상사들의 석탄 개발사업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상사 장인원 석탄개발팀장은 최근 1~2년 사이 갑(甲)에서 을(乙)로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몇년 전만 해도 "제발 투자 좀 해달라"고 몰려드는 해외 중소 광산업체들의 요청을 선별해가면서 검토했으나 최근엔 유망한 광산이 있다는 곳엔 지구 반대편 오지라 해도 마다치 않고 달려간다. 석탄가격이 급등하면서 외국 광산업체들의 태도는 돌변했기 때문이다. 장 팀장은 인도네시아·호주·캐나다·미국 등 탄광이 있는 국가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올 들어 해외 출장으로만 3개월을 보냈다. 장 팀장은 "석탄경기가 좋다 보니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산업화의 공신(功臣)에서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몰리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석탄이 '검은 황금(Black Gold)'으로 부활하고 있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발전·산업용 석탄 수요가 급증하고, 기술 발전으로 청정에너지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가격 1년 사이 30% 급등

석탄가격은 2009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다. 작년 4분기 석탄 평균 가격(호주 뉴캐슬지역 전력용 기준)은 t당 100달러를 돌파하더니 올 1분기에는 일본 원전사고 여파 등으로 t당 129.17달러까지 치솟았다. 3분기 석탄 평균 가격은 t당 121달러로 떨어졌지만 작년 3분기보다는 여전히 30% 높은 수준이다. 난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 이후엔 다시 석탄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내년 1분기에는 t당 130달러, 2013년에는 14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