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알기 전에 까먹은 원금 만회? 추가 손실 막는 게 더 급해

상반기까지 순항하던 증시가 8월 이후 폭락하면서 재테크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2200선을 넘어 2700~2800까지 갈 거라던 코스피지수는 1800 턱걸이도 힘겨운 모습이다. 뒤늦게 펀드나 직접투자를 통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손절매 기회도 놓치고 파란색으로 뒤덮인 계좌를 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하지만 마른하늘에 대고 비가 내리기만 바랄 수는 없다. 손실 날 계좌를 단번에 메울 '마법의 주문'은 없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원칙은 있다. 다음은 '내 원금 구하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4계명이다.

①추가 손실을 관리하라

ELS·국고채·金… 중위험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식의 옥석부터 가려야

주식 투자로 손실을 입은 사람은 단기간에 만회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락장 혹은 베어마켓(약세장)에서는 짧은 기간 내에 원금을 회복하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WM팀장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무턱대고 원금 회복에 집착하기보다 구매력을 방어하면서 차근차근 손실을 만회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나 물가연동국고채, 금(金)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추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원금 회복을 노리려면 현재 보유한 주식이나 투자상품의 옥석부터 가려야 한다. 공포가 지배하는 폭락장에서는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이 비슷한 속도로 떨어지지만, 반등할 때는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보유 종목의 가치나 성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보유 종목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일부 종목에 편중돼 있거나 가입한 펀드가 성장형 일색이라면 성장주와 내수주, 배당주 등으로 분산해 하방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전략을 검토해보자.

②파도에 올라타라

박스권 장세… 주가 등락따라 사고 팔기 낙폭 과다하나 반등 못한 종목에 주목

최근 증시가 대외 변수에 따라 급격하게 출렁이는 일이 반복되자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과 경기침체 등 불투명한 변수가 많이 남아 있어 대부분 증권사들도 코스피지수 1650~1850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장세에선 장기간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buy & hold)전략보다는 주가의 출렁거림에 따라 사고팔기를 되풀이하는 트레이딩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짧게 치고 빠지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했거나 실적이 상향 조정되는 종목들을 눈여겨보자.

IBK투자증권은 실적 모멘텀을 갖췄으면서 낙폭이 과대한 종목으로 GS·호남석유·현대제철·현대중공업·한라건설·롯데삼강 등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낙폭이 과도했지만 저점 이후 아직 반등하지 못한 업종으로 에너지·화학·철강·건설·운송 등을 꼽았다.

③남보다 대담해져라

좋은 주식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전망 불투명한 종목은 과감히 손절매를

증시 격언 중에 '공포를 사라'는 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나 정부, 언론이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떠들 때가 바로 투자하기에 적기라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비결 역시 이러한 과감함이었다.

이희 현대증권 자산컨설팅 팀장은 "하이닉스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주가가 빠지면 2000만원, 주가가 더 빠지면 4000만원을 투자하는 식으로 '경마식 투자'를 해서 결국 큰 수익을 낸 투자자도 있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믿음이 있다면 주가가 빠졌을 때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감성은 매수뿐 아니라 매도에도 필요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에서 과도하게 손실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손절매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거나 이익 난 종목을 팔고 손해난 종목을 들고가는 우(愚)를 범하기 때문이다. 투자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전망이 불투명한 종목은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타이밍을 노려 과감하게 손절매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④여유를 가져라

30년간 평균투자 수익률 연 9.1% 우량주는 언젠가는 회복… 공포심 버려야

주가가 폭락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공포'다. 공포에 빠지면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 마비되고,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커지게 된다. 지금 당장 손실이 났더라도 우량 종목이나 투자상품은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투자했는데 공포감 때문에 헐값에 팔아버린다면 원금 회복은커녕 오히려 손해액만 키울 수 있다. 증시 폭락 후 회복까지 걸리는 기간은 매번 다르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승자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머니섹션 M이 ING자산운용에 의뢰해 주식 투자기간에 따른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최근 30년간 평균 투자수익률은 연 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기간이 길수록 변동성은 낮아지고 투자위험 대비 수익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주가가 폭락해도 서둘러 내던지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내 돈', 그중에서도 몇년 묶여도 문제없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수나 신용을 끌어 섣불리 주식에 투자하면 반대매매를 당해 눈물을 흘리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