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으로 3D영화 만든 스물아홉 살 감독

14일 폐막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1억이 안 되는 제작비로 3D 영화를 만들어 상까지 받은 신인 감독이 눈길을 끌었다. 국산 3D 영화 '물고기'를 만든 박홍민(29) 감독이다. 통상 3D 영화 제작에는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데 '단돈' 7000만원으로 98분짜리 장편을 완성했다. 관객 반응도 좋아서 '시민 평론가상'을 받았다.

해운대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영화제에 초청되기 전만 해도 '관객을 만나지도 못하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부산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 평론가들은 "저예산 3D인데도 기술적 실험성과 완성도가 돋보인다"고 했다. 전찬일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번 영화제에서 길어올린 단연 발군의 신인 감독"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독학으로 영화에 입문했다. 대학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군 제대 후 복학해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카메라와 조명 장비를 구입해 단편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학교에 영화과가 없다보니 배우들도 지나가는 학생 중에서 섭외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들고 다니다가 괜찮은 학생이 보이면 무작정 다가가 '출연해 달라'고 부탁한, 일종의 '돌아이'였다"고 했다.

그는 대졸 후 동아방송예술대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지금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연출을 공부한다. 이번에 찍은 3D 영화 기법은 학교 밖에서 배웠다고 한다. 2009년 '아바타' 개봉 전부터 3D 영화 관련 콘퍼런스·세미나를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영화 제작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에는 일반 2D를 시도했지만, 프로듀서들이 "수상(水上) 장면이 많은데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겠느냐"며 두 손 들어 제작이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동아방송예술대 학내 기업에서 지원금 5000만원을 받아 겨우 촬영을 끝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편집 등 후반 작업 비용이 없었다. 박 감독은 "부모님이 1500만원을 빌려주시고 프로듀서(최성원 조명감독)가 500만원을 투자해 겨우 완성했다"고 했다.

예산 탓에 후반 작업은 주로 그의 자취방 겸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혼자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반년 넘게 작업했다. 영화제 초청장을 받고 3D 영어 자막을 입히는 작업도 3주간 매달려 해냈다. "섬 촬영 때는 마을회관에서 배우·스태프 20명이 먹고 잤어요. 고생한 스태프·배우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죠."

영화는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나선 교수와, 아내가 무당이 됐음을 전하는 흥신소 직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극이다. 박 감독은 "진도 씻김굿을 접한 뒤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보통 3D 영화는 비싼 투바디(2-Body) 카메라를 쓰는데, 저는 원바디(1-Body)를 활용했어요. 가까운 거리에서 찍으면 화면이 깨지는 단점이 있지만 미리 거리를 꼼꼼히 계산해 계획을 세웠어요." 열악한 현실을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얘기다.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적이 있는데, 두 달쯤 지나니 '이러다간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평생 못 하고 살 것 같다'는 생각에 퇴근길에 세 시간이나 펑펑 운 적 있어요. 그만큼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영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