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요 숨은 주역, 연주인 헌정공연

"매일 무대 뒤에만 서있다가 이런 사진 찍으려니 원 어색해서…."

16일 낮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여섯 남자가 사진 포즈를 취하면서 영 쑥스러워했다. 맏형인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75)부터 환갑 동갑내기 베이시스트 신현권과 드러머 배수연, 색소폰 주자 김원용(58), 키보디스트 김효국(55), 막내인 기타리스트 함춘호(50)까지. 이들은 1970년대 전통가요부터 요즘 아이돌 그룹까지 한국 가수들이 내놓은 음반과 콘서트 연주의 80% 정도를 책임졌던 대표적인 연주자들.

가수들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의 뒤편에서 '세션맨'이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반주를 책임졌던 연주인들이 이날만큼은 당당한 '주역'으로 모였다. 후배 가수들이 모여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헌정 공연을 열기로 한 것. 오는 11월 2~4일 서울 삼성동 현대아트홀에서 열리는 '더 마스터 뮤지션스(The Master Musicians)' 콘서트다.

아이디어를 낸 가수 유열은 "무대 뒤 연주인들의 숨은 공(功)을 조명하고 '주연'으로도 내세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헌정공연에는 최백호·한영애·조덕배·장필순·유희열·이적·루시드폴·성시경·린·장기하·아이유 등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가요계 '별'이 총출동한다. 무대 뒤편에 있던 연주인 여섯이 무대 앞자리에 나서고, 가수들은 이들 옆에서 노래하는 색다른 무대다. 공연 준비와 진행에는 현대자동차가 도움을 줬다.

함춘호는 "한국 가요의 전성기를 이룬 건 가수뿐 아니라 연주인들도 큰 몫을 했다는 점이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