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10만개 직접 만들어 나눈 묵주천사

"묵주를 나눠주면서 오히려 제가 영적으로 큰 선물을 받았지요. 힘도 용기도 얻고, 나누는 기쁨도 얻고…."

서울 신도림 성당에 다니는 전옥희(62) 율리아 막달레나씨는 30년간 묵주를 만들어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줬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묵주 천사'다. 묵주를 만들 때 작은 나무 십자가가 하나씩 필요한데, 전씨는 이 십자가를 1만개씩 한꺼번에 맞추곤 했다. 전씨는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2년 전에 열 번째로 맞춘 십자가 1만개가 지금 거의 다 떨어져 간다. 그동안 별도로 만든 묵주들도 있어, 지금까지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준 묵주가 10만개는 족히 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묵주는 천주교 신자들에게 기도의 도구이자 천주교 신자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통장 잔액이 1000만원이 안 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나무 묵주 하나만을 손에 쥔 채 빈손으로 세상을 떠났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절에는 묵주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전씨가 이런 묵주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다. "성당에도 잘 안 나가고 일도 잘 안 풀려 힘들었는데 그해 10월 1일 성녀 데레사 축일에 큰 영감을 받았지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례를 받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 묵주 100개를 나눠줬습니다."

처음에는 묵주를 사서 나눠줬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워 묵주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뜻이 맞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많을 땐 한 달에 수천개씩 묵주를 만들기도 했다. 전씨가 묵주를 만들어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전씨의 친정어머니까지 모아둔 돈을 보탰다. 전씨는 "15년쯤 전에는 선교사로 나가는 분에게 묵주 3000개를 한꺼번에 챙겨 드린 적도 있다"며 "지금도 돈만 생겼다 하면 재료를 사다가 쟁여 놓는 통에 집 여기저기 묵주 재료가 쌓여 있다"며 웃었다. 전씨는 요즘은 독거노인 봉사·상담활동, 교정시설(서울남부교도소) 봉사 등을 하는 틈틈이 남편과 함께 묵주를 만든다.

"묵주에는 하느님의 사랑과 성(聖)가정의 은혜가 담겨 있어요. 곧잘 싸웠던 남편과도 묵주를 만들면서 서로 더욱 믿고 의지하게 됐어요. 묵주 봉사가 저희 가정에도 평화를 가져온 거지요."

14년째 교도소 봉사를 하는 전씨는 일반 신자는 물론 교도소 수감자, 거리의 노숙인 등 묵주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묵주를 나눠줬다. 고(故) 이태석 신부가 봉사 활동을 펼쳤던 수단 톤즈 마을에도 묵주를 보냈다.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묵주를 줄 때는 묵주를 받은 사람이 절대 재범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묵주를 받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았다고 말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전씨는 "지금도 가난한 나라에 선교사로 간 분들은 묵주가 없어서 줬다가 기도 끝나면 회수하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그런 곳에 묵주를 더 많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