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731부대의 세균전 피해자 2만6000명"

일본군 세균부대인 731부대가 중일 전쟁 당시 세균전을 벌여 2만59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극비 문서가 발견됐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교토(京都)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關西)관에 보관돼 있던 731부대 관련 극비문서를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이 단체가 발견한 극비문서에는 731부대가 1940년부터 1942년 사이 세균 무기를 6차례 작전에서 사용해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가 2만5946명에 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일본 육군 군의학교 방역연구실에 근무하던 군의관이 작성했으며 731부대가 중국 지린성(吉林省), 저장성(浙江省), 장시성(江西省)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한 날짜와 살포량,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 수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마쓰무라 다카오(松村高夫)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기자회견을 갖고 "옛 일본군이 세균 무기를 사용했고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라며 일본 정부에 세균전 관련 추가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고 아사히(朝日) 신문이 전했다.

731부대의 세균전 관련 범죄는 반인륜 범죄이지만, 도쿄 전범재판에서 세균전과 관련돼 기소된 전범은 없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자료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며 일본군이 세균전을 벌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균전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도쿄(東京)지방재판소는 2002년 선고공판에서 "731부대 등이 세균전을 벌여 사망자가 나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본의 국가책임은 중일 국교정상화 때의 평화우호조약 등에 의해 소멸됐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일본 관동군에 소속된 731부대는 만주 하얼빈 등에 주둔하면서 1932~ 1945년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을 상대로 발진티푸스와 콜레라 등 세균을 주입하는 생체 실험을 했다. 마루타(통나무)로 불리는 731부대의 실험대상자만 3000명이 넘으며 이들은 실험과정에서 대부분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