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는 맨드라미… 삶과 죽음을 엿봐

2002년 여름, 강원도 영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붉은 꽃송이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닭의 볏을 닮은 꽃 맨드라미. 식물이면서도 동물적 속성이 강한 맨드라미의 모습에 매료된 화가는 맨드라미 한 송이를 가지고 와 경기도 안성 작업실 뜰에 심었다.

'맨드라미 화가' 김지원(50) 개인전 'Take off-이륙하다'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내달 13일까지 열린다. 출품작은 모두 40여점. 트레이드마크인 맨드라미 그림뿐 아니라 항공모함, 텅 빈 공항 풍경, 더운 여름날 물을 내뿜는 스프링클러를 그린 작품들도 나온다. 이번 전시회에는 생기 넘치는 여름날의 맨드라미가 아니라 가을의 문턱에서 시들어가는 맨드라미가 나왔다. 김지원은 "욕망의 결정체인 듯 불타다가 스러져가는 맨드라미가 전사(戰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맨드라미의 소멸을 통해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02) 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