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 D-4] "아프리카 어린이들 위해 춘마 달려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유인촌(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통영에서 열린 철인3종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생애 첫 철인3종대회에 나가려고 석 달 넘게 날마다 훈련하다 보니 체중이 5㎏ 줄었다고 했다. 그는 "사이클과 수영도 힘들었지만 해보니 역시 마라톤이 가장 어렵더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23일 춘천마라톤(조선일보·스포츠조선·춘천시·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 주최)에 나선다. 2005년 대회 때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40분15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던 그는 이번엔 자선의 의미를 담아 10㎞ 레이스에 출전한다. 유 전 장관이 1m 뛸 때마다 지인들이 1원씩 기부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로 했다. 이정재, 주진모, 김상중, 김민준 등 후배 연예인들과 문화예술계 인사 150여명이 '1m 1원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대회 전까지 500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 유 전 장관은 "처음엔 후배들이 '같이 뛰어야 하는 거냐'고 부담스러워 했지만 '나만 뛴다. 너는 1만원만 내면 된다'고 하자 선뜻 후원을 약속하더라"며 "후원자 수백 명의 이름을 깨알같이 적은 티셔츠를 입고 뛰고 싶다"고 했다.

런던·뉴욕·보스턴·도쿄마라톤 등 세계적인 마라톤대회는 자선기금 모금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4월 열린 런던마라톤의 경우 수백 개의 자선단체 중 참가자가 원하는 곳을 골라 원하는 액수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총 5180만파운드(약 940억원)를 모아 기네스북의 스포츠 행사 모금액 기록을 또 바꿨다.

이번에 유 전 장관이 후원자 500명을 확보하면 총 500만원이 모인다. 일일이 전화해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한 정성에 비하면 큰 액수는 아니다. 그는 "돈 모으기보다 사람 모으기가 훨씬 어렵지만 이번엔 참여 인원 수를 최대한 늘리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작은 기부를 경험하면 나중에 더 큰 기부를 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작년 8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 7월 대통령문화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요즘엔 다양한 문화 현장을 다니며 의견을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강연 요청도 많이 받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소년원 아이들에게 꾸준히 연극을 지도해 지난 5월 무대에 올렸다. 소년원 아이들이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 '재능 기부'이다.

유 전 장관은 "아이들이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날 아버지라고 부를 때의 보람은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라며 "살아오면서 많은 분들께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기부하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기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춘천마라톤이 이웃을 돕는 즐거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선캠페인 참여하려면…

춘천마라톤 자선 캠페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홈페이지(http://charity.chosun.com)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과 참여를 원하는 프로그램을 등록한 뒤 안내된 대한적십자사 계좌에 입금하면 된다. 대회 참가 접수는 끝났지만 19일까지 자선기금 10만원을 내면 풀코스 또는 10㎞ 중 골라 뛸 수 있다. 문의 (02)724-6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