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쌀 때 사자" 석달새 3조7000억 유입

◇낙폭 큰 테마펀드·인덱스 펀드 인기

이 와중에 모든 펀드가 고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낙폭이 컸던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나 코스피지수 등 특정 지수가 반등한 만큼 수익이 나는 인덱스 펀드에 관심을 보였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별 펀드 가운데 8월 초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 1'로 총 2940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총 1469억원이 들어온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모)'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많은 돈이 몰렸다고 반드시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교보악사권력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 1'의 경우 최근 1주일 수익률은 5.43%, 1개월 수익률은 2.37%로 괜찮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10%가 넘는 손실을 냈다.

그룹주 펀드를 중심으로 테마펀드의 인기도 두드러진다. 8월 이후 가장 돈이 많이 들어온 상위 펀드 10개 가운데 3개가 테마펀드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모)'에 1931억원이 들어왔고,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에도 1900억원이 넘는 돈이 유입됐다.

8월 이후 국내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펀드에 뭉칫돈을 묻어 놓은 투자자들의 가슴은 무너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9.96%(10월18일 기준)로 부진하다.

하지만 우울한 성적에도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연초 22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넣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펀드를 고르는 기준도 깐깐해졌다. 낙폭이 컸던 그룹주 펀드 등 테마펀드에 많은 돈이 유입됐고, 시장의 흐름대로 수익이 나는 인덱스 펀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저가매수의 유혹, 펀드에 돈 몰린다

주가 하락에 당황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펀드를 환매(자금인출)하던 일은 이제 옛말이다. 투자자들은 8월 들어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이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펀드에 가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국내주식형 펀드에는 총 2조5910억원이 순유입(들어온 자금에서 나간 자금을 뺀 것)됐다. 7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금액(1330억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9월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8910억원이 들어왔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800을 회복하면서 자금 유입세는 조금 주춤하다. 이달 들어(10월 14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2347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최근의 펀드 유입세는 본격적인 '투자자들의 귀환'이라기보다는 일부 저가 매수세의 유입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말에는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때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청개구리펀드'로 소문이 났던 '리버스펀드'에도 관심을 보였다. 8월 초부터 지금까지 리버스펀드의 설정액은 8086억원이나 증가(재투자분 포함)했다.수익률도 쏠쏠하다. 리버스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0.33%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4.57%)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인기가 많은 펀드에 무작정 가입하는 것보다는 시장의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감안해 펀드에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하는 성장형 펀드와 시장 흐름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외에도 연말을 앞두고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 펀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