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骨肉相爭

〈제1보〉(1~18)=2회전 여덟 판 중 유일한 한·한 대결이다. 동국인끼리는 대진추첨 때 최대한 떼어놓는 LG배 방식에서 '골육상쟁'이 이뤄졌다는 건 특정국가의 호조가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회전 진출자 16명 중 9명이 한국기사였다. 5~6시간 동안 마음 놓고 적의(敵意)를 드러내며 싸우려면 역시 외국인 상대가 편하다. 운 나쁘게(?) 매일 만나는 동료와 짝이 된 두 기사가 서로 눈길을 피한 채 돌을 가린다. 허영호가 홀짝을 못 맞추자 박정상이 백을 선택했다.

또다시 1, 3, 5의 중국식 출발이다. 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양화점으로 대응한다. 11까지는 물 흐르듯 자연스런 진행. 숱하게 등장하는 초반의 교본(敎本) 가운데 하나다. 제꺽제꺽 두어 가던 손길이 12에서 처음으로 잠시 멈춘다. 이 수 자체를 망설였다기보다는 그 이후의 변화를 연구했을 것이다.

14로 15를 유도한 뒤 16에 붙인 후 18로 끊어갔다. 요즘 최고 '인기 메뉴'가 반상(盤上)에 수 놓여지고 있다. 여기서 흑의 대응은 '가'와 '나'의 두 가지다. '가'로 느는 변화는 참고도 11까지가 '최신판'으로 돼 있다. 백이 선수(先手)로 귀에서 사는 것이 자랑이지만 흑도 두터워 피차 불만이 없다. 그렇다면 흑이 '나'로 잡는 변화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