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사랑과 야망'은 이제 시작이죠"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차화연을 만났다. 킬힐에 스키니진을 입고 나타난 그는 갓 데뷔한 신인 배우처럼 활기찼다. 복귀 후 이혼의 아픔을 겪었음에도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며, 무난하고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했다.

―컴백하고서도 언론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았다. 복귀를 결심한 이유는.

"곽영범 PD가 '애자 언니 민자'를 제안했는데 불현듯 '마지막 프러포즈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다가 딸이 격려해 출연을 결심했다. 딸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들려주면서 '엄마 인생을 살라'고 용기를 줬다."

―20여년 전 돌연 은퇴에 많은 팬이 놀랐다.

"결혼 때문이었다. 남편의 권유도 있었고, 나도 약속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후회는 없다. 지난 20여년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충실했다. 계속 배우 생활을 했다면 진작에 결혼이 파탄 났겠구나 싶다. 여배우가 가정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더라."

―연기 복귀가 이혼의 이유인가.

"글쎄, 노 코멘트."

―'사랑과 야망'으로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떠났다.

"미련 없었다. 인기는 내 삶을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주목을 받긴 했다. 지춘희씨 의상실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들어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그럴 때도 '내가 인기가 있나보다'고 생각했을 뿐 도취되지 않았다."

―정상에서 떠났지만 지금은 조연급 엄마 역할만 하고 있는데.

"서운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계속 활동한 배우들은 힘들었다고 하더라. 자기가 쓰러져가는 과정을 겪었으니까. 나는 그 세월을 뛰어넘었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차화연이 아니면 안 된다고들 한다.(웃음)"

―막 컴백했을 때는 "과거 문법으로 연기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요즘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대사 톤이 빠르지만, 나는 극적이고 진행이 느린 옛날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외모도 문제였다. '성형하고 나오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해서 치열하게 살을 뺐다."

―2006년 주부로 있을 때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을 봤나.

"배우들은 훌륭했지만, 절대적으로 우월한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87년 당시 '사랑과 야망'이 시작되면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안 다녔다. 시청률이 75%라는 말도 나왔다. 그 자체로 역사다. 더 나은 작품이라는 게 나올 수 없다."

―평소 성격은 어떤가.

"지난 일에 미련 두지 않는다. 상황마다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욕심도 많다. 일 년에 너덧 개가 넘는 작품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작품이 탐난다."

―연기 철학이 있나.

"철학? 그런 건 없다. 그저 좋으니까 하는 거지. 희열을 느끼니까. 부모 역할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겠다는 거다. 다만 가슴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후배들을 보면 가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온몸으로 느끼고 아파해야 시청자가 공감하는데…. 안타깝다."

―재혼이 요즘 트렌드인데.

"절대로 안 한다. 사랑은 하고 싶다. 운명의 남자가 나타난다면. 그런데 내가 워낙 까다로워서 그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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