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앨범 참여하려고 '나가수' 스타들도 줄 선다

당신에게 기타리스트 최희선이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다음 사실들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나, 그는 가왕(歌王) 조용필의 분신 같은 밴드 '위대한 탄생'의 리더이다. 둘, 지난해 부활의 김태원은 공식 석상에서 그를 스승이라고 불렀다. 셋, 한 음악팬은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기타의 3대 천왕(김도균·김태원·신대철) 등장 전 강호를 호령한 전국구 본좌'. 넷, 그가 데뷔 35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낸다는 소문이 퍼지자 유명 가수·연주인들이 무더기로 참여하고 싶다고 알려왔고, 그중엔 '나는 가수다'를 통해 국민 스타가 된 이들도 있다.

지난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만난 최희선은 "이미 다섯 곡을 써놓았다. 늦어도 내년 초엔 나온다"며 솔로 앨범 발매 소문이 사실임을 밝혔다. 음악 인생 대부분을 연주인과 편곡자로 활동해온 그에게 뒤늦게 솔로 앨범의 영감을 준 이는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라고 했다.

"김태원·김도균·유병열 등 후배·동료들과 함께 지난 4월 게리 무어 헌정공연을 가진 뒤 '더 늦기 전에 내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너무 늦은 건 아닌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에게 솔로 앨범 제작을 하게끔 압박을 준 집단도 때맞춰 등장했다. 헌정 공연 당시 보여준 묵직한 존재감이 바탕이 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팬클럽.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발적으로 만드는 걸 어떡하라고.(웃음) 심지어 중학생 회원까지 있다니까요."

50대 중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최희선은 '쉰이 넘으면 꼭 내 앨범을 내리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고 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조용필의 콘서트를 병행하면서,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앨범 작업도 하고 있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형식이다.

"세 가지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에요. 완전한 기타 솔로 연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산타나처럼 여러 가수들을 참여시킬지…. 사실 하고 싶은 것은 밴 헤일런의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처럼 후배들과 함께 밴드 형식으로 작업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절충 형태가 되겠죠."

최희선이 93년 위대한 탄생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밴드는 '최헌과 불나비' '검은장미' '불새'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의 발자취가 한국 밴드 역사인 셈. "기타리스트로서 앨범을 내기엔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내 기타는 서른 중반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만큼 기(氣)가 살아 있진 않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겼어요. 나오게 될 앨범을 들으시는 분들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 식구나 다름없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위대한 탄생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정말 뛰어난 연주인들임에도 '내가 이 순간 뭘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죠. 그래서 훌륭한 사운드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큰일이에요. 용필이 형 19집 작업도 빨리 해야 하는데 일만 벌여 놔서…."(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