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난전의 序幕

〈제2보〉(19~31)=이 바둑의 '키워드'는 패(覇)다. 초반 우하귀에서 발발한 패싸움은 바둑에서 패를 둘러싼 계산과 흥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 나게 보여주었고, 패를 통한 대교환으로 바둑판의 지형(地形)이 뒤바뀐 후에도 도처에서 다양한 형태의 패싸움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패는 2차원 평면 게임인 바둑을 3차원 입체 게임으로 끌어올린 신비로운 장치다.

몇 년 전만 해도 흑19는 20으로 뚫려 좋지 않다고들 했는데 요즘은 이 정석이 오히려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백도 20으로 참고1도처럼 작게 사는 것은 흑의 외곽이 너무 막강해 논외. 22로 단수 칠 때 이어주지 않고 23으로 두들겨 문제의 패가 만들어졌다. 23으로 참고2도 1은 백2, 4가 좋은 수순. 8에 이르면 A의 약점 때문에 흑이 패를 계속하기 힘들어진다.

28로 밀었을 때 흑29 이음도 정수. '가'에 끊어가고 싶지만 백은 29의 단수와 계속 회돌이치는 기분 좋은 팻감들이 나오는 반면 흑은 손해 팻감을 동원해야 한다. 흑은 31로 어깨를 짚으며 최대한 손해 보지 않고 팻감을 쓴다. 초반 우하귀에서 발발한 어지러운 패싸움 여파가 전국적으로 번져간다. (24 30…△, 27…▲)